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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유럽에서는 엄청난 독서 혁명이 일어났다. 인쇄술의 발달로 서적상으로부터 개인이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우후죽순으로 책을 읽는 독서 열풍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혹은 산책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역사가들은 프랑스혁명 전후의 이런 독서 열풍을 ‘독서 혁명’, 혹은 ‘독서 전염병’이라고 불렀다.

이런 독서 열풍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근대적 이념의 전파에 크게 기여했다. 일반 시민들이 로크나 루소의 계몽 서적을 읽게 되면서 중세 봉건제를 넘어 근대적인 혁명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대중들은 차츰 근대 이념의 계몽 서적이나 교양 서적보다 흥미와 오락 위주의 서적에 관심을 쏟았고, 출판업자들은 이에 부응해 질 낮은 서적을 대량으로 양산했다. 성직자와 귀족들은 이런 독서 열풍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봉건제에 저항하는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이를 무작정 환영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교양을 쌓고 지식을 배우기 위해 독서하지 않고 현실도피적인 오락과 소비를 위해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책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압권은 소설과 같은 문예물이었다. 소설은 감상적인 애정소설, 환상적인 로망스 소설, 가정소설, 공포소설 등 다양한 종류가 나왔다. 이 외에 흥미 위주의 소설이나 호색소설들도 많았다. 1803년 독일의 부활절 도서전시회에는 276종의 소설이 새롭게 전시된 바 있다. 루소의 1761년 소설 ‘신 엘로이즈’는 1800년까지 70쇄를 이어 출간했다. 1774년에 발간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자살 소동까지 일어났다. 18세기 초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문장론’에서 당시 출간된 책의 90%는 쓰레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매체의 열풍 속에 놓여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 불과 20여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모든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문화의 열풍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사이버 문화도 18세기 독서 열풍처럼 긍정,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근대 독서혁명이 대중적인 독서의 부작용을 불러왔던 것처럼 오늘날 인터넷 문화도 소비사회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는데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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