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점검 공개 주문
산업부 "물량 충분… 단기 수급 영향 제한적" 보고
野 "선거 앞두고 말 바꾼 文, 선거 개입 행위"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가 대두되자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정상가동을 위한 점검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장기계약을 통해 현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했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그간 유지해온 ‘탈원전 기조’에서 준공이 연기된 원전의 가동 검토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권은 “돌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말을 바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산업부로부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대응한 원전 현황 점검과 미래 준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미래 원자력 경쟁력 확보 방안, 환경부는 EU 녹색 분류체계 원전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文, “에너지믹스 전환 불가피…원전 빠른 시간 내에 정상가동하도록 점검”
문 대통령은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지닌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다만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구멍) 발생, 국내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 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는 2018년 4월, 신한울 2호기는 2019년 2월에 상업 가동이 예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2018년 경주·포항 지진 사태 이후 지진위험성을 반영한 부지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로 완공 시점을 연기하면서 상업 가동이 지연됐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7월 조건부 운영 허가 승인을 받았다. 건설 승인이 떨어진 2011년 12월 2일부터 운영 허가에 약 10년이 소요되면서 국내 원전 역사상 운영허가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산업부, “단기 수급영향은 제한적…전기·가스 요금 인상 요인 증가 가능성 있어”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단기적 수급영향 제한적”이라며 “가격 인상요인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산업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실물경제 영향과 대응계획’ 자료에서 “장기계약을 통해 현재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대러시아 수입비중도 석유 5.6%, 가스 6.2%, 석탄(발전용 유연탄) 11%로 낮아 단기 수급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가스는 장기계약과 현물구매, 석유는 전체 수입 물량 중 60%가 장기계약 중심이며 정부 비축유로 9억70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석탄의 경우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을 통한 안정적 물량을 확보 중이다. 산업부는 다만 “국제가격이 상승 시 연료비 가격이 요금과 연동되는 에너지 시장 구조상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요인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원전 정상가동 검토 지시에 대해 “자기 부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정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황규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실패는 인정하기 싫고, 대선 국면에서 탈원전 정책이 심판대에 오를 것 같으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인가”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국민 앞에 탈원전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위기상황에서 기댈 곳은 원전밖에 없다는 것을 털어놓으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는 선거에 개입하지 마라”며 “대선 중립은 대통령의 의무다. 임기 내내 불공정과 내로남불 행태로 비판을 받았던 문 대통령께서 마지막 퇴장하는 모습까지 국민에게 지탄받고 싶지 않다면, 대선까지 남은 기간 올바른 처신을 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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