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尹 처가·신안저축銀 전 대표 등
특수관계 의혹 제기… 연일 폭로전
野 ‘대장동 보따리’ 풀고 녹취 공개
김부선도 등판… “李가 욕설, 협박”
“유권자 눈살” 지적에도 늘 되풀이
전문가 “낙선자 승복 어려워질 것”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여야 간 비방·폭로전이 가열되며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일찍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처가를 주 타깃으로 지정한 여당은 연일 윤 후보의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야당은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이어져온 ‘대장동 의혹’ 관련 추가 폭로를 쏟아내며 역공에 나섰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과거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하는 배우 김부선씨까지 등판하면서 대선판이 더욱 혼탁해졌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TF(태스크포스)는 1일 보도자료를 내 국민의힘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에게 신안저축은행 위조 잔고증명서를 만들어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김모씨가 이후 신안그룹 계열사 임원(미래전략실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 후보 처가와 김씨, 신안저축은행 전 대표 박모씨가 ‘특수관계’라는 의혹을 꺼내들었다. 김씨와 박씨,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2010∼2012년 서울대 경영전문대 경영학과 석사(EMBA) 동기 사이다. TF는 “윤 후보의 ‘2013년 신안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이들의 특별하고 수상한 관계와 관련된 건 아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TF는 전날에는 윤 후보의 장모 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토지 16만평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동업자 안모씨를 감옥에 보내고, 안씨 몫까지 9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주장을 폈다. 김병기 TF단장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은 최씨가 부동산 차명 투기범이 아닌 ‘사기 피해자’라며 범죄사실을 부인해 왔는데, 정작 최씨는 동업자가 감옥에 간 사이 이익을 독점했다는 정황이 판결문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맹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최씨는 피해자가 맞다”며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양 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 선대위는 한 언론 보도를 인용해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을 통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돈을 건네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 후보 부부와 한진그룹 간 ‘수상한 카르텔’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억지 네거티브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들인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간 통화 녹취록, 고속도로 인근 배수구에서 발견됐다는 일명 ‘대장동 문건 보따리’ 전체 서류 등을 공개하면서 민주당 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2013년 4월17일 통화 녹취록을 올렸다. 이 녹취록에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추정되는 제3의 인물에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나는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다. 네가 알아서 하고, 1000억만 만들라”고 말했다는 전언이 담겨 논란이 됐다.
같은 날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문건 보따리에 담긴 서류 전부를 공개했다. 원 본부장은 “핵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공문서”라면서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내용으로 가득 찼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러 대장동 사업 중에서도 특히 이 후보 재판 관련 공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재판 대응 논리와 명함, 원천징수 영수증이 함께 나왔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배우 김씨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함구할 것을 위협했으며, 이 과정에서 거친 욕설과 구속 협박 등이 동반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후보의 중지와 약지 손톱에 1㎝ 정도 크기의 까만 줄이 있다면서 지난 번 은밀한 부위에 있다는 ‘점’에 이어 또 다시 신체적 특징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는 회견 중 “이런 사람(이 후보)이 대통령 되면 저와 제 딸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호 비방·폭로전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필요악’ 정도로 여겨져왔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아무래도 선거 판세가 박빙으로 전개되다 보니 여야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양강 후보인 이, 윤 후보 모두 치명적인 의혹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 특임교수는 “분명히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네거티브전이 치열한 선거의 경우 낙선자 측은 결과에 승복하기가 어려워진다. 상대 측의 비방·폭로 탓에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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