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실치상으로 사건 종결”

3성급 호텔 객실에 비치돼 있던 생수 병뚜껑에 락스가 묻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명 호텔에서 락스가 든 생수를 마시고 죽을 뻔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약 4개월 전 유명 3성급 호텔을 방문했다는 작성자 A씨는 당시 객실 내 비치돼 있던 생수를 마시다 물에 혀가 닿자마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락스 냄새를 맡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입안을 헹궈내고 보니 락스물이 닿은 혀에 붉은 반점과 유두가 올라와 있었다”며 “입술은 따갑고, 락스 특유의 독한 냄새는 계속 입안을 맴돌며 사라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정신을 좀 차리고 상황을 살펴보니 생수에서는 여전히 락스 냄새가 진동했고, 물방울이 튄 바지는 그 자국을 따라 탈색이 됐다”며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었고, 지금 무슨 일을 당한 건가 싶어 물병을 들고 바로 프런트로 내려가 사실을 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서술했다.
아울러 “직원도 냄새를 맡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락스가 맞다. 이런 일은 처음이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A씨는 락스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아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혀에 남은 붉은 반점은 치유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물에서는 락스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락스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났던 병뚜껑에서는 화학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외부에서 주사기로 주입한 흔적도 없고 호텔 직원들을 조사해 봐도 더 이상 나오는 게 없다”며 “해당 사건을 과실치상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 종결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A씨는 “자칫 크게 번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원인도 따져보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로 종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결국 호텔 측과 알아서 합의하라는 말을 끝으로 이 사건은 허무하게 끝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집에서조차 냄새를 맡아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뒤 물을 마실 정도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사건이 공론화돼 종결시키기 급급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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