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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적’ 러시아 위협에 다시 가까워진 독일·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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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7 14:22:45 수정 : 2022-03-17 14: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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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때 동맹국 되어 함께 소련과 싸운 경험
정상회담 후 "푸틴, 즉각 우크라에서 철군" 촉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독일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마린 총리 SNS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핀란드가 70여년 동안 지켜온 중립 노선에서 벗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안보 협력을 적극 타진나고 나선 가운데 핀란드·독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독일 역시 러시아의 위협을 똑똑히 목격한 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재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독일은 핀란드도 회원국인 유럽연합(EU)의 지도국인 동시에 나토의 핵심 회원국이기도 하다. 마침 마린 총리의 방독에 앞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미국, 영국을 차례로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과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핀란드가 미·영·독 등 나토 지휘부를 상대로 전방위 구애에 나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회담에선 우크라이나 문제가 단연 해심 의제로 부상했다. 두 총리는 회담 후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침략군을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침략자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동맹을 맺고 소련(현 러시아)과 전쟁을 했다. 당시 이탈리아와 일본 외에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도 독일의 동맹국이었으나 핀란드의 참여는 이들 국가와 동기나 성격이 판이하다. 겨울전쟁(1939년 11월∼1940년 3월) 당시 소련에 억울하게 당한 것을 복수하려고 어쩔 수 없이 독일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2차대전이 발발한 직후인 1939년 11월 소련은 핀란드에 막대한 영토의 할양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핀란드는 소련과 전쟁을 결심했다. 소련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뜻밖에도 3개월가량 이어졌다. 핀란드군의 완강한 저항에 소련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결국 국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듬해인 1940년 3월 13일 소련에 항복하긴 했지만 핀란드의 끈질긴 투쟁은 오늘날까지 칭송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왼쪽)가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린 총리 SNS 캡처

이런 뼈아픈 역사를 가진 핀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분노와 당혹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러시아는 자국 이익을 위해 언제든 이웃 소국들을 짓밟을 수 있는 잔인한 집단이란 점을 전 세계에서 핀란드만큼 잘 아는 국가도 없다. 마린 총리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2차대전 때처럼 다시 독일과 가까워지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은 소련을 망국 직전까지 몰고갔을 정도로 막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사 본능이 깨어난 독일은 재무장에 착수했다. 군비 증강을 위해 숄츠 총리는 당장 올해에만 1000억유로(약 134조2000억원)를 국방 분야에 투입키로 했다. 독일 정부는 “앞으로 해마다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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