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램 1대 ‘車 174대’ 맞먹어… 지하철보다 사업비 적어 급물살 [뉴스 인사이드 - 지자체들 '노면전차' 도입 붐]

입력 : 2022-03-19 12:00:00 수정 : 2022-03-19 20:42: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건설비 5분의 1·운영비 4분의 1 수준
지역경제 활성화·균형발전 등 기대 커
국내 1호 트램은 부산 ‘오륙도선’ 전망
대전 37.8㎞ 세계 최장 노선 건설 계획
서울·울산·전주 등도 앞다퉈 도입 추진
면밀한 수요예측·재원조달 방안 미흡
눈·비 등 영향 안전 문제 해결도 숙제

주목받는 무가선 방식 트램
부산 오륙도선 등 배터리로 동력 제공
선 없어 경관 해치진 않지만 폭발 우려
수소트램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 그쳐
대전 트램 조감도. 대전시 제공

지방자치단체에 ‘트램(노면전차)’ 바람이 불고 있다.

도로 위에 설치된 선로를 따라 달리는 운송수단인 트램은 버스와 기차의 중간 형태다. 땅을 파고 건설하는 지하철이나 교량을 설치해야 하는 고가 방식에 비해 낮은 사업비가 최대 강점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이며, 수평적인 승·하차가 가능해 교통약자 편의성 증대는 물론 다른 교통수단 환승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1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트램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전과 경남 창원, 전북 전주 등 20곳이 넘는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선 트램이 도심 순환과 외곽 지선을 달리며 지역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다. 트램은 단순히 교통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광 트램, 수소트램 등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수단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국내 1호’ ‘세계 최장’… 지자체들 트램 도입 경쟁

국내 1호 트램은 부산 무가선 저상 트램인 ‘오륙도선’이 될 전망이다. 오륙도선 노선 5.5㎞ 가운데 실증노선사업인 경성대·부경대역∼이기대어귀삼거리에 이르는 1.9㎞ 구간은 내년 개통 예정으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달리는 도심형 트램이 된다.

대전 트램은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이다. 도심순환형뿐 아니라 1개의 노선이 30㎞를 넘는 것은 세계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사업비 7643억원(국비 4451억·시비 3192억원)이 투입돼 연장 37.8㎞의 순환형 노선(정거장 37개소·차량기지 1개소)으로 건설된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준공 및 개통을 목표로 한다. 대전시는 도시 여건, 유동인구, 차량 흐름 등을 고려해 10개 안팎의 정거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울산시는 국내 최초 수소전기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수소트램은 내년 9월부터 실증노선인 울산항선(태화강역∼울산항역) 구간에서 누적 2500㎞ 이상 운행할 계획이다. 울산 트램 1·2호선은 현재 각각 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 중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KTX서대구역 개통, 도시철도 1·2·3호선 환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트램 도입을 결정했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인접한 경산, 광역철도와 연계해 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수도권에서도 트램 건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시는 위례신도시에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동탄트램을 2027년 상용화할 예정이며, 성남시는 자체 재원 조달방식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 2호선 검단 연장과 부평·연안부두선, 송도트램을 정부 예비타당성 대상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과거 트램 도입을 백지화했던 지역도 속속 재추진하고 있다. 2007년 트램을 백지화했던 전북 전주시는 국내 최초 관광 트램 운영에 나선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무가선 관광트램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한옥마을 일대 3.3㎞를 순환하는 노선이며 2025년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트램 도입이 무산됐던 제주도는 원도심과 제주공항을 연결하는 트램 건설을 최근 도시계획에 포함했다.

 

동탄트램 조감도. 화성시 제공

◆“도시재생에 경제 활성화까지”… 장밋빛 청사진 봇물

지자체가 트램을 도입하는 표면적 이유는 경제성이다. 지하철과 고가 방식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낮은 건설비와 유지보수비,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 등 사업 경제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사업비 수조원이 투입되는 지하철 건설을 지양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한몫했다. 트램 건설비용은 1㎞당 200억원 안팎으로 경전철의 3분의 1, 지하철의 5분의 1 수준이다. 운영비 역시 ㎞당 8억원으로 경전철의 3분의 2, 지하철의 4분의 1에 그친다. 아울러 트램 1편성은 버스 3대, 승용차 174대의 운송량과 맞먹는다.

대중교통망 패러다임 전환은 트램 건설 러시의 한 요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트램 도입 목적 중 하나는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이라며 “교통 혼잡도를 유도해 차로를 이용하는 자가용 수요를 트램으로 끌어온다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 도시재생 역시 트램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다. 부산 오륙도선은 도심 교통난 해소와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대전시는 도심 교통수단을 넘어 트램을 도시재생의 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 부평·연안부두선의 경우 원도심 이동 편의와 교통복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송도트램은 송도국제도시 내 교통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된다.

경북도는 도시활성화와 관광수요, 환승체계 용이 등을 트램 도입의 기대효과로 보고 있다. 울산시는 미래 먹거리의 일환으로 트램 건설에 나섰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소트램 추진으로 수소산업도시라는 새로운 지역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란트램의 조감도. 성남시 제공

◆늘어나는 사업비 등 낮은 경제성… 적자트램 우려도

지자체들의 기대와 달리 트램 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경제성에 있다. 지자체들은 트램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면밀한 수요예측이나 재원조달 방안 등을 마련한 곳은 드물다. 수도권의 일부 경전철처럼 사업 초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가 도시철도를 건설할 경우 비용의 60%(서울시는 40%)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창원시와 전주시가 추진했던 트램 건설이 무산된 것도 수요 예측 불확실성 때문이다. 창원시는 2014년 수요 부족에 따른 운영적자와 지방재정 악화 등을 근거로 노면 트램 계획을 백지화했다.

트램 노선은 경사가 심할 경우 추가로 터널을 뚫거나 지하화해야 해 사업비가 급증할 수 있다. 대전시의 중구 테미고개 노선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아직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시 역시 서대구로와 신청사를 연결하는 노선을 검토 중이지만 해당 구간의 도로 기울기가 커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트램은 사업비 확보가 핵심이다. 도는 사업비 3641억원의 절반가량인 1815억원을 국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트램의 경우 노상에서 승·하차하기 때문에 비와 눈이 많이 내리는 여름이나 겨울엔 안전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전주시 관계자는 “트램 운행 안전성 문제는 이미 도입한 차종과 같은 크기의 버스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제공

◆배터리·수소트램 ‘안전성’ 확보 관건

 

트램 동력은 가선(전선)과 무가선 방식으로 나뉜다. 비교적 노선 길이가 짧은 부산 오륙도선과 서울 위례신도시는 배터리로만 트램을 운행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배터리에다 전선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가선 방식을 혼용한다.

 

무가선 트램은 고밀도 배터리를 이용해 주행하는 방식이다. 충전설비가 갖춰진 특정 장소에서 전기에너지를 충전한 뒤 주행 시 충전한 에너지를 방전하며 운행한다. 선이 없어 도시경관을 해치진 않지만 폭발 우려 등 차량 안전성 확보 및 상용화가 관건이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배터리 충전식 트램은 한 번 충전으로 35㎞까지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운행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급격하게 소모돼 유지관리비 증가 등 또 다른 재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전 도시철도2호선 트램의 ‘배터리+가선’ 방식은 36㎞의 본선구간을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가 연구 실증노선으로 건설되는 부산 오륙도 노선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하지만 대전 트램은 LTO(Lithium Titanate) 배터리다. LTO 배터리는 수명과 유지보수 용이성, 안전성 측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져 서울 위례선 트램과 유럽의 선진 차량 제작사에서 적용 중이다.

 

이경복 대전교통공사 연구개발원장은 “LTO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온(영하 30도) 충방전 특성이 좋으며, 열폭주 안전성 개선으로 폭발 안전성이 향상됐다”면서 “충전 시간을 개선해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수명이 4배 이상 늘어나 운영 측면에선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실증사업에 나선 수소트램은 상용화와 안전성 확보가 핵심이다. 수소트램은 전철과 달리 전력설비 등 외부 동력 공급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아 건설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만 세계 수소트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독일, 일본에서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부산·울산·전주=강은선·오성택·이보람·김동욱 기자, 전국종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깜찍한 브이'
  • 아이브 장원영 '깜찍한 브이'
  • 아이브 안유진 '심쿵 미소'
  •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김혜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