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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차르’가 가스관 잠그자 '탈원전 철회'로 맞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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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9 11:00:00 수정 : 2022-03-19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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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총리 "불확실한 시기에 확실성 택해야"
재선 출마한 佛 마크롱 "신규 원자로 6기 건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으킨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한 이른바 탈(脫)원전 논란을 깨끗이 잠재웠다. 한국은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2개월도 안 남은 윤석열정부 출범을 계기로 신규 원전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원자로 2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겠다던 기존 탈원전 계획을 고쳐 원전을 향후 10년간 더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벨기에의 노선 수정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대란 우려 때문이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벨기에는 주요 전력원을 원전에서 천연가스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문제는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쓰는 천연가스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온다는 점이다. EU가 한목소리로 침공을 규탄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 밸브를 잠가버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자 연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의 3분의 2를 줄이기로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8년 뒤인 오는 2030년까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아예 끊어버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나섰다.

 

더크로 총리는 “유럽에서 전쟁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안다”며 “우리는 불확실한 시기에 확실성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전처럼 천연가스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력을 확실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원전 말고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의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앞서 EU 지도국인 프랑스도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기존 원전 가동을 늘리는 한편 신규 원전도 짓는 쪽으로 완전히 ‘유턴’을 단행했다. 최근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대선 유세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측면에서 프랑스가 자립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원자로 6기 건설을 통해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에너지를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해 유권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역시 러시아에 에너지원을 크게 의존해 온 북유럽 핀란드 역시 최근 신규 원전 가동에 돌입하며 탈원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핀란드 정부는 “남서부 유라요키에 위치한 올킬루오토 3호기(OL3)가 이번 주 전력 시험생산에 들어갔다”며 “7월 말까지 전력 생산을 최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OL3가 완전히 가동될 경우 러시아 등에서 전력을 수입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울진=연합뉴스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원전 관련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논란에 발목이 잡혀 허송세월만 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화들짝 놀라 그간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형국이다. 지난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예정지를 찾아 “원전 3·4호기 공사 착공을 가급적 빨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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