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뉴욕 생기 넣은 ‘I♥NY’ 대표적
도시도 하나의 기업·상품 인식 마케팅
현재 17개 광역시 226개 기초까지 확산
2015년 선포 ‘I·SEOUL·U’ 공존의 뜻
‘다이내믹 부산’ 물류 비즈니스 상징
경기는 ‘Go Great…' 미래 번영 담아
주민엔 자긍심·타지인엔 호감도 높여
다채로운 상품 개발 등 관리전략 필요
“트렌드 반영하면서 핵심가치 품어야”
인천시, 지역 현안 온·오프 마케팅
온라인 여행 체험 ‘크래프트’도 마련

‘I♥NY’.
1970년대 미국 뉴욕은 화려함은 고사하고, 우울함이 가득했다. 1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 해고된 30만명의 실직자와 증가한 범죄자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도시를 지배했다. 뉴욕시는 1977년 경제난 극복과 함께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에게 로고를 의뢰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티셔츠, 머그컵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널리 활용되며 연간 약 3000만달러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자연스럽게 긍정적 도시 이미지와 연결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캠페인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1년 뒤 관광 수입은 1억4000만달러나 늘었고, 40년이 넘는 세월에도 뉴욕의 상징으로 자리하며 벤치마킹이 이어진다. 밀턴 글레이저는 2001년 수정된 디자인의 ‘I♥NY More Than Ever’를 선보였다. 그해 9월11일 테러 발생 후 시민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길 응원하며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도시 브랜드는 특정 지역이 지닌 이야기, 가치, 정서 등을 외부에 알려 경제적 활성화를 촉진하는 마케팅의 한 부분이다. 도시 자체를 상품 및 기업으로 인식한다. 이때 브랜드는 유·무형 자산과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슬로건을 통해 짧고 간결한 문구와 이미지로 대내외에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공공기관 최초로 서울시가 도입한 ‘하이 서울(Hi Seoul)’이 시초다. 대한민국 수도를 넘어 지구촌 시대 세계 대도시 간 경쟁에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드러냈다.
◆월드컵으로 고조된 서울시민 하나로 ‘안녕 서울’
브랜드 슬로건은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 홍보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적극 개발에 뛰어들었고 17개 광역에서 226개 기초까지로 확산됐다. 이제 국내에서 슬로건이 없는 도시는 사실상 없다고 분석된다. 해당 지자체의 인지도, 호감도 등을 높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더 나아가 거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고 결속력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5년 10월28일 서울시민의 날에 ‘I·SEOUL·U’를 새 브랜드로 선포했다. ‘너와 나 사이 서울이 있어 서울시와 시민 여러분이 서로 이어지며 함께 공존하는 서울’을 뜻한다. 최종 선정까지 전 과정에 23만6000명이 참여해 시민 주도의 탄생과 공감대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시민참여 캠페인에 더해 민간기업과 협력해 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선호도 향상에도 힘쓴다.
경기도는 2005년 ‘Global Inspiration, 세계 속의 경기도’에 이어 2020년 경기도의 한글 초성만 이용한 ‘ㄱㄱㄷ’으로 전면 교체를 시도했다. 이때 외국인들이 그림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고 별도로 영어 슬로건 ‘Go Great, GYEONGGI’를 발표했다. 경기도의 영문 머리글자 ‘G’와 한글 초성 ‘ㄱ’의 녹색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도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번영해 나가는 경기도의 포부를 담았다.
인천시는 2016년 ‘all_ways_Incheon’을 선보였다. 모든 길이 인천으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각 단어 사이에 밑줄 문자를 집어넣어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시가 선정·공표한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 중에서 길을 열고·잇고·되는 상징 두 가지인 팔미도등대(I)와 인천대교(N)를 모티브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관광, 투자 등과 연계하기 좋고 콘텐츠나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키에도 용이하다고 봤다.
부산시의 ‘Dynamic Busan’은 글로벌 물류비즈니스 중심이란 정체성을 나타낸다. 2002년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높아진 위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세계로 발전해 나가는 미래상을 제시한다. 2003년 2월 시민공모 응모로 시작해 전문가 심사와 내외국인 선호도 조사를 거쳐 같은 해 10월 최종 낙점했다. 20년 가까이 시민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부산을 대표한다.


◆“트렌드 반영…핵심가치는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도시 브랜드가 저마다 안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효과적인 관리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실행할 것을 주문한다. 인천연구원 심진범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 제고와 공감대 형성,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인 요소”라며 “내외국인들로 구성된 ‘I·SEOUL·U 프렌즈’ 홍보활동 등 서울시 사례처럼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노출하고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천시는 미래지향적 국제도시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취지로 2006년 ‘Fly Incheon’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하지만 10년가량 사용되는 동안 저조한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과거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은 인천국제공항을 연상시킨다는 것 외에 지역의 특성과 국제성을 알리는 데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곤충인 파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활용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후 전문가 인터뷰, 시민 공모전과 워크숍, 4회 설문 등을 통해 ‘all_ways_Incheon’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타지에서 찾는 이들의 관심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전세종연구원 윤설민 책임연구위원은 “외부고객이 거쳐 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일회성 또는 상시성 조형물을 설치해 친숙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다채로운 상품을 유형화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면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관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시대 상황을 빠르고 유연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글래스고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낡은 공업도시 인상을 벗어나기 위해 ‘더 웃을 수 있다(smiles better)’는 뜻을 포함한 ‘Glasgow’s Miles Better’ 캠페인이 성공한 후 이에 안주하지 않고 10년 주기로 슬로건 변화를 시도했다. 글래스고는 영국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문화가 풍부한 도시로 평가된다.
조영민 인하대 교수(디자인융합학)는 “브랜드 중흥을 넘어 과급·남용의 시대라고 불리는 만큼 도시만의 차별화한 정의를 재정립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단순히 기획·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일 새로운 방법론과 이슈가 대두하는 시대니 도시 브랜드 역시 보다 빠르고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리 배출 잘하는 ‘버리스타’ 캠페인 공감대
TV 화면에 바리스타와 유사한 복장을 갖춘 주인공이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며 광고는 시작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배우는 커피가 아닌 캔, 병, 플라스틱, 박스 등을 손에 들고서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 배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곧이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2025년 종료합니다’란 메시지가 표출된다.
3년 뒤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선언한 인천시가 앞서 선보인 공익캠페인이다. ‘버리다’와 ‘스타(Star)’의 합성어로 이름이 붙은 버리스타 광고영상(사진)은 ‘자원순환 선도, 환경특별시’를 실천 중인 인천의 도시 브랜드 활동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정 지자체를 넘어 우리 사회 당면과제인 재활용 쓰레기 분리의 필요성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며 시민은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등 각계 자발적인 동참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TV 및 공익광고 부문 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다양한 지역 현안으로 도시 브랜드를 확장시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버리스타 챌린지 일환으로 트로트 가수 영탁이 자신의 히트곡인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접목시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 올린 패러디 영상은 유명하다. 영탁은 노래가 흐르는 15초 동안 페트병의 라벨을 뗀 후 부피를 줄여 정해진 공간에 버린다. 댓글에는 “모두 버리스타가 되어 보아요” 등 훈훈한 내용이 길게 달렸다. 당시 조회수 2400만회를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온라인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인천을 여행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인천크래프트. 메타버스 트렌드를 앞장서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마인크래프트 제작사의 모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만든 것이다. 선사시대 강화도 고인돌부터 1900년대 개항기 시대, 송도국제도시 등 상반된 매력을 가진 과거·현재·미래 모습을 재현했다. 광복절을 맞아서는 관내 주요 독립운동 장소 및 백범 김구 선생 등 인물들을 게임 내 캐랙터로 등장시켰다.
이상숙 시 브랜드전략팀장은 “인천의 다양성을 강조한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흥미성과 교육성, 시민 참여를 모두 이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며 “향후 유무형의 도시 자산을 활용해 생활 접점과 밀접한 도시 브랜딩 정책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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