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권정당 대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분열시켜”…기독교교회협도 이준석 비판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3-31 09:35:14 수정 : 2022-03-31 14:20: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종정 성파 스님을 향해 예경 삼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시위를 대놓고 비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안팎의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기독교 단체까지 나서 이 대표의 언행에 일침을 놓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장애인소위원회(위원장 황필규 목사)는 31일 ‘사회적 돌부리를 제거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장애인들의 요구는 우리 사회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만들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하면서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차기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보장 예산 수립 문제를 적극 해결하도록 촉구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1월 5일,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 장애인들의 서울 혜화역 출근 시위 현장을 찾아 연대와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NCCK는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레위기 19:14)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며 지하철 출근시위를 벌이던 장애인들을 향해 차별과 혐오, 배제의 언사를 일삼은 사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헌법이 보장한 이동의 자유를 온전하게 누릴 당연한 권리가 있다”며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특별한 노력이나 불편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기본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가장 보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들(장애인)이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출근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명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이 당연한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일삼으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2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 참석해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NCCK는 “(이 대표의 발언은)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을 부정하고, 장애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부조리하고 비문명적인 행위로 폄훼하는 언사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시민들 사이를 분열시키는 반인권적·비민주적·반문명적 퇴행이며 부조리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거론했다. 서울에서조차 장애인들이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율은 30% 정도에 그치고,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낙상 사고로 장애인 부부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웃 가운데 누군가는 죽음을 각오하고 위험천만한 리프트에 몸을 맡기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 앞에서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단체는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던 정치권은 지난 20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은 뒤,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행위가 곧 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지하철의 문턱이 높다는 의미이며,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동권을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제라도 자신의 인식의 모순과 무지를 깨닫고 장애인 혐오와 차별 발언에 대해 당사자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보장 예산 수립을 차기 정부의 과제에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장연의 사과 요구에 강하게 고개를 젓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전장연, 오늘로 출근길 시위 중지...이준석, 사과 안 하면 국힘 향한 투쟁 별도 선포’ 제목의 기사 링크와 함께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전장연이 어떤 메시지로 무슨 투쟁을 해도 좋다”면서도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오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할 일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전장연 “지하철 2호선에서도 출근길 시위할 것”... 이준석에 사과 촉구’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사과할 일 없고 2호선은 타지 말라”고 했다.

 

이어 “전장연을 생각해서 경고한다”며 “이 기사만으로도 드러난 전장연이라는 단체의 논리구조가 이런거다. 이준석이 사과를 안해? 그러면 2호선을 타서 몇 만명을 괴롭히겠어. 그리고 니 탓할거야. 사과 안 할래?”라고 남겼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송혜교 '부드러운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