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재차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동안 시위 방식 등을 두고 비판해온 이 대표에게 ‘1주일 휠체어 동행 체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답변 촉구 결의식을 열고 “이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단 1주일만 저희와 함께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민생 탐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두번째 삭발자로 나선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국민을 갈라치기를 하고 장애인을 혐오와 차별로 무시한 차기 여당 대표인 이 대표께 다시 한번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전날 삭발자로 나섰던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과 마찬가지로 철제 사다리를 목에 걸고 쇠사슬로 몸과 사다리를 한데 묶은 채 등장했다. 이는 2001년 경기 시흥 정왕동 소재 오이도역과 2002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촉구했던 장애인 활동가들이 선로로 내려가 투쟁했던 과거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다”며 “이동을 해야 사람을 만나고 교육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상식적인 것이 (장애인에게는) 결코 상식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며 “우리 사회는 이것마저 용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근길 불편을 드려 시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저는 단지 지하철을 타는 우리 시민의 삶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나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고, 정말 대단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원한다”며 “이동할 때 ‘떨어져 죽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정말로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전장연 시위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지속해서 비판해 온 바 있다.
최 회장은 또 “저는 이 대표의 말처럼 시민을 볼모로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차기 여당 대표가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적 도구로 삼은 이 대표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무료급식 자원봉사하는 것을 봤다”며 “이 대표도 저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체험해보기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단 1주일만 함께 휠체어 타고 ‘왜 장애인들이 저러는지’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인 다음달 20일까지 2023년도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 관련법 개정에 대한 인수위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해왔다. 더불어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매일 한명씩 삭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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