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과 180도 달라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얼굴이 눈길을 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차에서 자행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 현장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국제사회의 아픔을 자아내고 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젤렌스키 대통령 얼굴이 담긴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인 지난 2월 23일 촬영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최근 부차 집단학살 현장에서 포착된 모습이다. 그 사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란 것 같은 매끈한 정장 차림의 미남에서 국방색 티셔츠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전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를 가리켜 포노마렌코 대사는 “41일 만에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면서 점령 기간 저지른 만행이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부차의 경우 최소 300명 이상이 러시아군에 학살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영국 등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선 가운데 4일(현지시간) 현장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시신이 묻힌 대형 무덤 앞에서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끝내 손가락으로 눈가에 흐르는 물을 닦아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자국민을 애도하는 대통령”이라며 “숱한 영웅들의 나라인 우크라이나에 어울리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예정이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앞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설 내용에 관해 “한국은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은 역사가 있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두 나라 역사에 대한 비교가 연설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집단학살 운운은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일 뿐”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뻔뻔한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점령군이 자신들의 범죄 흔적을 파괴하려 할 것”이라며 “국제 언론인들이 부차와 다른 도시에 직접 와서 민간인 살해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의한 사실 왜곡과 조작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국제사회가 현장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는 가장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그 결과를 국제사회 전체에 알리고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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