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가능 저하로 치매 원인 물질 축적 막는 단백질 생성↓”
간 내 5% 이상의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이 질환은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되면서 생한다.
그런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경변증과 간암, 심혈관 질환인 협심증의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60세 이상 고령층의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건강 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성인 60만8994명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으로 인해 발병하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달리 과도한 열량 섭취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시 특별한 증상은 없으나 악화하면 간섬유화,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까지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예방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들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진단 지표인 ‘지방간 지수’(FLI·Fatty Liver Index) 정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한 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나타난 그룹별 치매 발병률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7%에 해당하는 4만8614명에서 치매가 발병했고, 이때 높은 지방간 지수가 노년기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확인됐다. 이는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만한 연령과 성별, 흡연 등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조정한 결과다.
지방간 지수가 낮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감소하고, 지방간 지수가 높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β(Aβ) 단백질’의 축적을 막는 ‘저밀도 지단백질 수용체 관련 단백질(LRP-1)’ 생성이 감소하는 게 치매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간경변증과 간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노년기 치매 발병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치매 발병률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자는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평소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간학회가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임상 및 분자 간학(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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