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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로켓의 뿌리’ 신기전과 선조들의 과학기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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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3 23:34:19 수정 : 2022-04-13 23: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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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400m 현대식 미사일
세계 첫 2단 로켓 구조도 갖춰
완벽 보존된 세종 때 설계자료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록 기대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복원한 조선시대 화약무기 ‘장군화통’의 모습. 필자 제공

고려 말 최무선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화약무기들은 세종 때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물론 조선시대의 본격적인 화약무기 연구개발은 태종 때부터 시작되었다. 태종은 왕위를 이어받은 1400년 5년 전 고인이 된 최무선 장군을 총리급인 우정승으로 추증한다. 그리고 1년 뒤 최무선의 화약무기 비밀자료를 갖고 있던 아들 최해산을 등용시켜 기분좋게 화약무기 연구에 전념하게 한다. 최해산은 1409년 화차를 처음 개발하였고 1413년에는 거북선에 탑재할 각종 총포를 개발한다.

 

태종에 이어 세종도 화약무기 개발에 전념하기 위하여 화포를 연구개발하는 감독을 왕자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주고 화포를 제작하는 대장간을 궁궐 옆에 세워 수시로 과학기술자를 격려하였다. 세종 15년에는 총통 속의 약통 앞부분에 격목(激木)을 사용하여 화약을 조금만 쓰고도 발사물(나무 화살)을 2배 이상 멀리 보내는 새로운 총포를 발명한다. 격목을 사용하면 화약의 폭발력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한 번에 여러 발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세종은 기분이 무척 좋았는지 신기술의 총포 개발에 공이 큰 과학기술자 6명에게 말을 한 필씩, 그리고 참여한 기술자 9인에게는 쌀을 3석씩 하사하였다. 왕의 관심과 지원이 많으니 세종 때의 화약무기 기술자들은 정말 신바람이 났고 새로운 화약무기는 계속 개발되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복원한 조선시대 화약무기 ‘대신기전’의 발사 실험 모습. 필자 제공

이때 개발된 가장 큰 포는 장군화통인데 사거리는 1300보(步)였고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판옥선에 실려 왜선을 격퇴하는 데 사용된 지자총통의 원형이다. 그리고 이를 개량하여 좀 더 크게 만든 것이 천자총통이다. 임진왜란 때 해전에서 천자총통과 지자총통이 없었다면 거북선과 판옥선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임진왜란 해전 승리의 주역은 천자총통과 지자총통 같은 대형 총통인데 이것이 세종 때 개발되어 150여년 뒤 난국을 극복하게 한 것이다.

 

세종 27년 3월까지 개발된 화약무기들은 총포(장군화통·총통완구·일총통·이총통·삼총통·4전총통·4전장총통·8전총통·세총통·철신포) 10종, 발사물(석환·대전·차대전·중전·차중전·소전·차소전·세전·차세전·세장전·차세장전) 11종, 폭탄(대질려포통·중질려포통·소질려포통·대발화통·중발화통·소발화통·화전·지화·주화) 9종 등 모두 30종류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낀 세종은 새로운 화기 개발 책임자로 박강(朴薑)을 추천받아 좀 더 새로운 화기 개발을 독려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2008년 영화로 소개된 신기전(神機箭)이다. 신기전은 고려 말 최무선이 개발한 주화(走火)를 개량한 것이다. 세종 때 개발한 폭탄류는 모두 불로 점화하여 폭발시켰다. 때문에 멀리 떨어진 적군에게 폭탄을 날려 보내 폭발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신기전은 화약을 갖고 화염을 뿜으며 날아가기 때문에 폭탄을 적진에서 폭발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신기전은 소·중·대·산화·질려포통 신기전 등 5종류가 있었다. 소신기전은 1.2m의 화살대 앞에 길이 15㎝의 약통(로켓 추진기관)을 부착한 것으로 100m 날아갔다. 중신기전은 1.4m의 화살대에 길이 20㎝의 약통을 달았고 소발화통이라는 작은 종이폭탄을 달고 120m를 날아가 폭발하는 것이다. 대신기전은 5.3m의 대나무 앞에 대신기전발화통이나 소질려포통을 부착한 길이 70㎝의 약통을 달고 적에게 발사하면 350∼400m를 날아가 폭발함으로써 적군을 살상하는 현대식 미사일이었다. 산화신기전은 약통 앞부분에 소형 로켓인 지화와 소발화를 묶어 넣은 것으로 세계 최초로 2단형 로켓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서적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의 일부. 화약무기 ‘신기전’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설계자료 등을 상세히 기록해 후세에 알렸다. 국조오례서례 캡처

놀라운 것은 세종 시대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30여종의 첨단 화약무기 설계자료가 현재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이다. 15세기 화약무기 전체의 상세 설계자료가 완벽하게 남아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과학의 달을 맞이하여 뛰어난 세종 시대 우리의 화약무기 설계 자료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세계에 우리의 뛰어난 과학기술 재능을 알리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본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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