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한 달 뒤 5월 하순부터 국가가 전액 부담하던 코로나19 확진자의 검사비·치료비가 유료로 바뀐다.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져 생활지원비나 유급휴가 지원비도 중단된다는 소식에 미확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안 걸린 사람만 손해 아니냐"는 식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년여 간 코로나19에 확진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리두기 해제와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자 지원이 사라진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기저질환자 A씨(34)는 "지난 2년여 간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으로 이어질까봐 조심했는데 방역까지 함께 해제돼 무섭다"며 "운 나쁘게 걸리면 치료비 부담이 상당하지 않겠느냐. 경증은 모르겠지만 중증 치료비는 훨씬 고가인 만큼 국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이용자 @md_***는 "이제까지 안 걸린 사람들은 이 기세 쭉 타서 평생 안 걸리고 살거나 걸리더라도 5월 이전에 걸려야 한다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 @0o_***는 "치료비 자기부담에 지원금도 안 주는 것은 너무하다"며 "여태 안 걸린 사람들은 거리두기 다 풀고 마스크도 벗고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아무 것도 안 해준다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방역정책으로 감염에 인한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는 목적을 달성했다", "감염되면 후유증도 있는데 걸려서 치료비를 받느니 안 걸리는 편이 낫지 않느냐" 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15일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하향하고, 25일부터 4주간 이행기를 거친 뒤 7일간 격리 의무를 권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격리 의무가 해제되면 그 동안 1인당 10만원(2인 이상 15만원)의 생활지원비, 유급휴가 지원금, 치료비, 검사비 등 각종 국가 지원이 종료된다.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비는 앞으로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수차례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를 줄여왔다. 매일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생활지원비 재원을 분담하는 지자체의 재정이 소진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1인 가구 최대 48만8800원, 2인 가구 82만6000원, 3인 가구 106만6000원, 4인 가구 130만4900원의 생활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2월14일부터 실제 격리자에 대해서만 지원하기로 했고 1인 24만4370원, 2인 41만3000원, 3인 53만3000원, 4인 65만2000원을 지급했다. 그러다 지난달 16일부터는 1인당 10만원, 2인 이상 확진 가정에 15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고 있다.
격리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유급휴가비용 지원액도 당초 13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다시 4만5000원으로 줄였다.
코로나19 검사비와 확진자 치료비도 본인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는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으면 검사비 1만7000원은 국가가 부담하고 검사자는 진료비 5000원만 내면 됐으나 앞으로는 검사비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
외래·입원치료비도 마찬가지다. 음압·격리병상 중심의 코로나19 치료병상도 단계적으로 일반병상으로 전환한다. 이 경우 국가가 부담하던 손실보상도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건보 재정으로 외래진료비 70%, 입원치료비 80%를 부담하면 나머지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형태다. 정부는 구체적인 본인부담 비율에 대해서는 4주간 이행기 동안 의료계와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먹는치료제에 대해서는 처방 대상인 고위험군 확진자에게 무료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는 1명분에 약 530달러(한화 62만원 상당)로, 건보로 일부 부담하더라도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5일 오후 KBS1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내려가더라도 먹는 치료제만큼은 환자들에게 돈을 안 받는 체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 중"이라며 "한 달 간 고민해보면서 (5월 하순) 이행기가 끝날 때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5월 하순 이후 확진자의 치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18일부터 마스크 외 거리두기까지 해제되자, 일부 미확진자들 사이에서는 감염 위험이 커진 것은 물론 치료비까지 내게 돼 불안하다는 반응이 커졌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특성상 반드시 격리를 하지 않아도 치료 가능한 영역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2급으로 내리는 것은 맞다"면서도 "여전히 치료 접근성이 높은 감염병은 아니기 때문에 수가 및 치료비 본인부담 비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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