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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도 맞춤형… 미각·시각 잡는 ‘비주얼 요리’ 추구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2-04-23 12:00:00 수정 : 2022-04-22 1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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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기 컴퍼니 장호준 셰프

다이닝 라운지·스키야키등
다양한 콘셉트 매장 운영
플레이팅 구상 후 재료 선택

계란 장조림 ‘아지타마고’
핑거푸드처럼 한입에 쏘옥
식기도 ‘새 둥지’처럼 연출

‘사시미플레이트’ 화려
정육각면체로 잘라
재료 고유 맛 극대화
장호준 셰프
네기 컴퍼니는 네기 다이닝 라운지, 네기 실비, 네기 스키야키, 네기 우나기야, 스시류코, 모던오뎅, 크랩52(컬래버 매장) 등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매장의 메뉴를 총괄하는 이가 바로 장호준 셰프다. 시작은 일식 셰프 3명의 의기투합이었다. 셰프들이 모여서 사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템을 고객들에게 변화무쌍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장인정신으로 각 매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는 것이 네기 컴퍼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표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장 셰프는 주방과 메뉴 개발을 담당한다. 다양한 아이템의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매뉴얼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레시피는 품질이 유지될 때까지 모두 장 셰프의 손끝에서 이뤄졌다. 현재는 매장이 많이 늘면서 다른 셰프들이 메뉴를 개발하고 여기에 장 셰프가 네기의 색을 입힌다.

장 셰프는 17년차 일식 요리사로 그랜드하얏트, 리츠칼튼, 프라자 호텔, 워커힐 호텔 일식당에서 근무했다. 김포대학교 조리과 출신으로 호텔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일본 셰프들을 만난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지금 선보이는 폭넓은 요리에 많은 영향을 줬다. 원래 장 셰프는 미용을 하고 싶던 소년이었는데 우연히 일식을 접하면서 요리에 빠지게 됐다. 어린 소년의 눈에 일식 요리는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한 음식으로 보였단다. 목수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손으로 창작하는 일을 좋아했는데, 내 손으로 예쁘고 창의적인 것을 하고 싶었던 시점에 일식을 접하면서 그의 진로가 바뀌었다. 장 셰프의 요리가 아기자기하고 색감이 있는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장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비주얼. 첫인상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치지만 음식은 맛보다 먼저 시각으로 다가오면서 이미 맛을 어느 정도 결정해 버린다. 따라서 플레이팅을 먼저 머리에서 구상하고 재료를 선택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메뉴를 구상한다. 먼저 큰 이미지를 그리고 작은 색과 재료를 배열하는 식이다.

아지타마고

장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는 이처럼 비주얼을 보여주는 메뉴다. 대표 메뉴는 아지타마고. 라멘 위에 올라가는 계란을 맛간장에 절여서 만든다. 반숙으로 익힌 계란 위에 성게알, 하몽, 트러플(송로) 오일, 트러플, 파르미자노 치즈가 올라간다. 핑거 푸드처럼 제공되기 때문에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작은 계란을 사용하고 위에 올라가는 재료들의 크기 등 밸런스에 많은 신경을 쓴다. 같은 요리라도 식기가 보여주는 부분이 음식 맛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기에 직접 식기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서 사용한다. 아지타마고는 유리 식기 안에 짚을 채워 새둥지처럼 만든다.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고객들이 만나는 단 한번의 경험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런 플레이팅은 많아야 하루에 5차례 정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손님들이 즐겨 찾는 시그니처 메뉴이다 보니 시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사시미 플레이트

사시미 플레이트는 화려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보여주기 위해 예민하고 까다롭게 골라 제공되는 메뉴다. 플레이트 안에 선보이는 참치·삼치·고등어는 숙성회로, 단순한 생선회를 넘어서 커다란 세계를 음식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다양한 조리법과 현무암 느낌의 제작 플레이트를 사용한다. 통영에서 올라온 삼치를 볏짚에서 훈연하고 플레이팅할 때 아름다워 보이도록 자르는 방법까지 많은 연구를 한다. 참치도 일반적인 커팅이 아니라 정육각면체 모양으로 잘라서 제공하는데, 단순히 모양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씹을수록 고소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아름다운 형태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잘 잡힌 모습을 갖추면서 동시에 그 식재료 고유의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모양을 잡아낸다. 사시미 플레이트 하나에도 그는 이처럼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맛의 효율을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장 셰프에게 결국 요리란 시간, 에너지, 혹은 내가 가진 것들을 지불하고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이다. 그가 생각하는 셰프는 이런 요리를 접하는 대중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셰프는 50% 이상의 확률이 있다고 판단하면 확실하게 베팅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앞으로 선보일 또 다른 매장과 메뉴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무서운 기세로 매장의 규모를 늘리고 확장하고 있는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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