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거쳐 ‘단발성 입시용 부실 논문’ 만연한 정황 밝혀내
“주도·방치한 교수들, 가족·지인 위해 스스로 학계 위신 떨어뜨려”
“정호영·조국 등 특정 정치인 비판 논거로 쓰이지 않았으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학부생 시절 작성해 의대 편입에 활용한 논문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에 이어 고위 공직자 후보 자녀의 ‘입시용 부실 논문’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 고교생이 작성한 해외 발표 논문이 큰 비중으로 순수한 연구 목적이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해 작성되는 경향을 발견한 보고서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강태영씨(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26)와 강동현(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32)씨가 지난 17일 온라인에 발표한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보고서가 그 주인공입니다.
◆고교생 해외 논문 대다수 ‘단발성·입시용·부실’ 의심 정황
두 저자는 2001~21년 국내 213개 고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을 전수조사해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그 결과 980명에 이르는 학생 저자 중 약 67%가 고교 시절 논문 1편만 작성한 뒤 추가 연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정부가 2014년부터 학교 생활기록부에 관련 이력을 못 쓰게 하자 고교생이 참여한 논문 수가 급격히 감소했던 경향도 관찰됐습니다.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일반고 소속 고교생이 해외에서 발표한 논문 중에서 컴퓨터 공학과 의학 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부자연스럽다고 저자는 지적했습니다. 컴퓨터 공학이 27.4%로 가장 비중이 컸고, 의학은 13.6%로 4위에 올랐습니다. 두 분야는 일반 이공계 고교 교육 과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입 진학 대상으로는 인기가 많은 만큼 ‘입시용’으로 논문이 쓰인 게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고교는 대학과 연계 없이 교사와 학생끼리만 논문을 작성해 공신력 낮은 학회와 학술지에 반복적으로 투고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 공동 저자 “주도·방치한 교수들, 학계 위신 스스로 무너뜨려”
강태영씨는 지난 20일 세계일보 영상팀과 화상 인터뷰에서 “자녀나 친·인척, 지인의 ‘입시용 부실 논문’을 주도하거나 방치·동조한 교수들이 있다면 자신이 속한 학계의 위신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학벌을 구매하려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보여줄 뿐”이라며 “특정 정치인만을 겨냥해 비판하는 논거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상류층이 돈을 주고 학벌을 사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논문을 입시에 전혀 활용할 수 없게 되더라도 불공정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입시 정책의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적응하기 어려운 건 결국 저소득층 학생들”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나아가 “이번 보고서가 ‘정시 100%로 바꿔야 한다’는 등 극단적 주장의 논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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