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내놓은 공약 파기 혹은 후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
당선되자 취임도 전 말 바꾼다 지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공약을 뒤집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기간 공언해온 사안이지만, 당선되고 나니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이같은 비판이 나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 정책은 신도시 정비사업, 코로나19 손실 보상, 대통령실 개편 등 크게 3가지다. ‘공약 후퇴’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 취임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 다가올 6·1 지방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尹 공언하던 ‘수석비서관 폐지’ 없던 일로
1일 발표된 ‘2실 5수석’ 체제의 윤 정부 대통령실은 과거 정부에 비해 규모가 일부 축소되고, 민정수석과 인사수석, 일자리수석을 없애 직제를 간소화했다. 인사수석은 인사비서관으로, 민정수석은 법률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각각 대체된다. 일자리수석실 업무는 경제수석실로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측은 대통령실이 행정부에 군림하지 않고 업무 조율 기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수석비서관 폐지’가 불발되고, ‘대통령실 인원 30% 감축’도 흐지부지된 것을 두고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석비서관 폐지 공약은 현실적으로 각 수석실이 담당해 온 기능과 역할을 국정운영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며 ‘5수석’ 존치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행정부를 조율할 콘트롤타워는 분야별로 있어야 되는데, 국민이 통칭할 수 있는 그런 단어를 굳이 ‘보좌관’으로 이름만 바꾸는 거는 ‘너무 바꾸기 위해 바꾸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5수석을 존치했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대통령실 인원 30% 감축’ 공약에 대해서도 “비서실 인원을 30% 딱 잘라서 줄이겠다고 하면, 어떻게 30%를 줄이겠다는 게 모호하다”라면서 “가장 적재적소로 효율적으로 인원을 배치해 ‘작지만 강하고 아주 민첩한 대통령실’을 만들기 위한 인원을 두겠다. 하여튼 좀 더 슬림하게 가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수석비서관 폐지’ 등 공약을 지난 1월27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했다. 이는 2월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담겼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대통령실을 정예화한 참모들과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결합한 형태로 운영하겠다”며 “현행 청와대 수석비서관 제도와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해 청와대 직원 30%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공약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뿔난 소상공인들
인수위는 최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 정책과 관련해서도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자, 급하게 진화에 나서는 등 홍역을 치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소상공인·소기업손실보상과 관련해 손실 정도에 따른 보상금 차등 지급 및 소급적용 불가 방침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소기업 551만개사 중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업체에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즉각 윤 당선인의 대선 당시 공약인 ‘50조원 이상 재정자금을 활용한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과 거리가 멀다고 반발했다.
급속히 여론이 악화하자 인수위는 하루 뒤 “소상공인들과의 약속 그대로 33조1000억원 이상을 취임 즉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소영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이 말한 긴급 구조 지원은 약속 그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2월 추경을 통해 이미 지원하기로 한 16조9000억원을 더하면 총 50조원 이상으로, 당선 후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코로나 긴급 구조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원안대로 지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차등지급과 소급적용 불가 방침에는 변화가 없어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현 정부와는 다르게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믿었기에 많은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지지를 표명했다”며 “하지만 윤 당선인은 공약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파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주정하는 윤 당선인이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우는 데 대해 551만 소기업·소상공인은 분노한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속도 조절’ 논란
부동산 정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25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히자, 경기도 일산·분당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조속히 하겠다던 윤 당선인의 공약과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는 “당선 후 말 바꾸기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심교언 TF 팀장은 물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나서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안 위원장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좀 혼란이 있는데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에서 여야 모두 (정비사업 관련) 개정안을 발의해놨고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고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안 내용들을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용적률 상향, 그 다음이 안전 진단 간소화”라고 설명했다. 또 “저희는 그 외에도 주차장 리모델링, 기존 세입자에 대해 입주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 세대수가 늘어날 경우 교통 문제 해결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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