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수호 책무 방기” 비판 못 면해
정의당 “형소법 개정안 반대” 밝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어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만 남은 상황으로 헌정 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마땅하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거듭 압박한 것이다.
검수완박 입법의 공은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통과시키면 국회 차원의 입법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어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혀 강행처리 명분이 약해졌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와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 시간이 오늘 오전으로 겹치자 청와대에 국무회의 개의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 열리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늦춰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려는 꼼수다. 문 대통령은 퇴임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느냐 아니면 동조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검수완박 법안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법조계뿐 아니라 학계나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어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쥐어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수완박 법안이 범죄 고발인의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면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여당 요청에 가타부타 말이 없는 건 납득할 수 없다.
과거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검수완박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2020년 1월13일 국회 문턱을 넘자 “공수처 설치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개혁 작업이 끝났다”고 했다. 지난해 초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때는 속도조절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지난달 말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이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 급조했다는 의심을 받는 법안을 공포한다면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 수호라는 책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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