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휴대폰 교체…대화내역 삭제”
검사 반박 “하드 교체 안해…앱 원래 사용”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8개월간 수사력을 ‘올인’하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피의자 대다수를 무혐의 처분해 ‘아마추어’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의 증거 인멸로 수사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발 사주에 연루된 한 검사는 공수처의 이같은 입장이 전해진 뒤 “오히려 인권침해를 한 것은 공수처”라며 반박했다.
6일 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공수처로부터 받은 불기소 이유서에는 피의자들의 대대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담겼다.
공수처에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임모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이 최초로 보도된 지난해 9월2일 당일 열흘 전 이미 교체했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다시 한 번 교체했다. 닷새 뒤인 9월7일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삭제했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으로 9월10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차량 블랙박스도 확보했다. 그러나 손 검사가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서, 블랙박스는 압수수색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두 삭제돼 둘 다 들여다볼 수 없었다.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 3일 뒤인 9월13일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김 의원은 다음 날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삭제했다. 임 검사는 9월16일 다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내역을 삭제했고,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기 직전 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모 검사와의 통화기록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지웠다. 이후 9월21일 삭제정보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으로 성 검사의 휴대전화도 확보했지만 역시 비밀번호 제공 거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김 의원은 10월초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11월15일 공수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하드디스크를 수색했다. 그러나 모두 포맷, 초기화 작업이 완료돼 있었다. 성 검사와 임 검사가 검찰 내부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서버에서 자취를 감췄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 “성·임 검사 등이 고발장 작성 과정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 정도에 불과할 뿐, 손 검사가 성·임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이들이 지시에 따라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했다”며 “성·임 검사가 아닌 손 검사 본인, 또는 검찰 내 3의 인물이 작성했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증거 확보 부족이 주요 피의자 불기소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임 검사는 공수처의 불기소이유서 내용이 공개된 뒤 입장문을 내고 증거를 인멸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드디스크 교체 지적에 대해 “교체 사실이 없다. 공수처에도 소명을 마쳤다”고 했다. 안티포렌식 앱 설치에 대해선 공수처가 수사하기 9개월 전부터 이미 사용하고 있었고, 가족과의 메시지나 사진 등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휴대폰·텔레그램 비번을 모두 제공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공수처의) 과도한 인권침해로 인권위 진정을 제기해 현재 인권위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이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보름 뒤 돌려줬으나, 하루만에 공수처가 같은 휴대폰을 다시 압수했다는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닌 김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들과 함께 고발된 윤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검사 3명 등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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