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적용 안 돼 괴롭힘 신고 못 해
“사장과 그의 아내, 딸, 아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입니다. 임금 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는데, 아내와 자녀를 빼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신고할 수 없다고 합니다.”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밝힌 가족회사의 괴롭힘 사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법망에서 벗어난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괴롭힘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제보 767건을 분석한 결과 53.5%(409건)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중 가족회사에서 주로 나타나는 부당지시가 212건(51.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행·폭언 201건(49.1), 따돌림·차별·보복 177건(43.3), 모욕·명예훼손 142건(34.7) 순이었다.
가족회사의 제보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임금체불,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미작성·미교부, 폐쇄회로(CC)TV 감시, 연차 불허, 부당해고 등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제보자는 “장애인 복지시설 이사장의 딸이 국장으로 일하는데, 자기가 싫어하는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그만두라고 한다”며 “컵에 있는 물을 얼굴에 뿌리거나 신발을 던지고, 명절에는 돈까지 바치게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사장 아들인 이사의 폭언으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장은 이걸 보면서도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도리어 감싼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에 대한 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사장의 가족이나 친인척은 정식 직원이 아니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는 이들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와 법 적용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박은하 노무사는 “공정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예외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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