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G, 가격 폭락 방어 목적 소진
테라·루나 20억개 샀지만 역부족
“남은 자산은 사용자 보상에 쓸 것”
업계 “테라 코인은 폰지 사기” 비판
루나 보유 투자자 17만명 넘어
관련법령 없어 보호·조사 못해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LUNA(루나) 대폭락 사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폭락 사태로 가상화폐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테라측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가격 폭락 방어를 위해 소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트코인을 처분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던 투자자 측 기대가 무산됐다.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의 하소연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법령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 수습은 어려운 국면이다.
테라UST·루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재단인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폭락이 시작된 7일과 현재의 가상화폐 보유 변동 현황을 공개했다.
LFG는 현재 △313비트코인(BTC) △3만9914바이낸스코인(BNB) △197만3554아발란체(AVAX) △18억4707만9725테라USD(UST) △2억2271만3007루나(LUNA)를 갖고 있다고 했다. 7일에 LFG는 △8만394BTC △3만9914BNB △2628만1671테더(USDT) △2355만5590USD코인(USDC) △197만3554AVAX △69만7344테라UST △169만1261LUNA를 보유했었다.
열흘 사이에 LFG 소유 비트코인은 무려 8만81개가 줄었고, 대신 테라UST와 루나는 각각 18억, 2억개 이상 급증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LFG가 보유한 35억달러(약4조5000여억원)가량의 비트코인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었다. LFG가 보유한 비트코인들은 폭락하는 루나의 가격을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소진된 것이었던 셈이다. LFG는 “남은 자산은 테라UST 잔여 사용자에게 보상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LFG에 남은 자산은 1100여억원 정도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테라 측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업계 베테랑’으로 일컬어지는 케빈 저우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라UST 수익률에 대해 “수익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을 때는 사실상 미래의 ‘호구’로 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수익을 보장하는 ‘폰지 사기’였다는 뜻이다. 테라UST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비판도 커져간다.
투자자 손실 해결은 요원해보인다. 당국이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곳에서만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수가 17만명이 넘는다. 금융당국은 현황 파악에 나섰지만 관련 법령이 없어 현재로서는 대응책 마련이나 피해자 보호, 관련자 조사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제 중인데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거래소 약관 중 불공정 부분만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 자택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인터넷방송 BJ A씨는 이날 서울 성동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루나와 테라에 투자해 20억∼30억원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권 대표가 공식 사죄하고 보유 자금을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확한 보상 계획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루나 관련 수사 착수에 대해 “아직까진 계획이 없지만 전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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