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외환시장 협력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협력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열고 외환시장과 관련된 양국 간 협력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에는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 점검 등을 위한 협의를 정례화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공조방안을 찾기로 한 점에도 의미가 크다. 공동성명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같은 경우 외환시장에 어떤 충격이 온다든가 할 때 양국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문제 등에 대해 말뿐인 어떤 협력이 아니고 양국의 국민들, 기업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행동하는 동맹으로서 발전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서 통화스와프 등 직접적인 방안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양국 중앙은행 간 물밑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상설화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통화스와프를 한다면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담당하는데 미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굉장히 강조하는 나라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면서 “결국 통화스와프 주체가 되는 것은 양국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의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통화스와프 이상으로 외환시장의 발전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앞으로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란 양국이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고환율 추세에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면, 환율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은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5개국뿐이다.
당장 한국은 상시 스와프를 체결할 기축통화국 위상에 오르지 못했고, 한시 스와프를 체결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연히 상설스와프를 체결하면 좋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어렵다”면서 “2008년이나 2020년처럼 한시 통화스와프를 지금 체결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어떤 디테일이 나올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던 외환시장에 심리적 방패가 될 가능성은 있다. 지난 12일에는 종가기준 1288.6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은 2009년 7월14일(1293.0원) 이후 1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0일에는 전날보다 9.6원 내린 달러당 1268.1원에 마감됐다. 당국의 구두개입 발언이 이어지고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사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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