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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경쟁 없이… “돈·정치 배경에 기댄 깜깜이 선거” [6·1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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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6 18:41:11 수정 : 2022-05-26 2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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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막판까지 이전투구

서울 보수 후보들 녹취 공개 등 파문
“특정정당이 지원” “지지자 명의도용”
선거법 위반 놓고 법적 공방도 심화

후보 정치 중립 의무는 ‘껍데기’ 전락
좌우 진영싸움에 선거비용 출혈 경쟁

전국 7곳서 진보·보수 간 일대일 대결
4년 전 진보 우세… 올 판도 변화 주목

#1.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선영 후보는 최근 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상에는 경쟁자인 조전혁 후보가 다른 후보와 통화하며 박 후보를 욕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후보는 “우리 그냥 톡 까놓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저 미친X은 끝까지 나올 거예요”라며 막말을 했다. 박 후보는 “동성애자, 간첩 소리도 들었지만 이런 소리는 처음”이라며 분노했다. 앞서 박 후보도 조 후보를 겨냥해 “학교폭력 가해자로 자퇴까지 했던 자가 교육감이 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발언 당사자인 조 후보는 대화를 녹취한 조영달 후보 측에 ‘인간 말종’이라며 화살을 돌렸고, 조영달 후보는 ‘분노조절’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2. 인천시교육감 선거전에 뛰어든 도성훈 후보 캠프는 최계운 후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도 후보 측은 “최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등이 유세하는 곳에서 패널을 들고 지지를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행동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최 후보 측은 “후보들 간 장소가 겹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중도를 표방하는 서정호 교육감 후보도 “도 후보와 최 후보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깔의 점퍼를 주로 입는다”며 두 사람을 인천경찰청에 고발했다.

 

27일부터 이틀간 6·1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장과 시·도·군·구 의원, 교육감을 뽑는다.

 

선거전이 막판에 다다른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는 올해도 극심한 상호 비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됨에도 공약 경쟁보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진영 논리만 판친다. 유력 주자들 간에 욕설·막말도 모자라 고소·고발전이 벌어지면서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천공항에도 사전투표소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인천공항=하상윤 기자

◆ 주거니 받거니, 혼탁 양상 갈수록 심화

교육감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전투구가 횡행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정상신 후보가 김동석 후보와 교육청 유·초등교육과의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관할 둔산경찰서에 냈다. 김 후보가 해당 유·초등교육과 발신 관용 봉투에 서류를 담아 선거 후보자 등록을 했다며 양측의 공모·연대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지역 성광진 후보도 설동호 후보를 선관위에 고발하면서 “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단 등이 설 후보의 보육 공약을 대외적으로 지지 선언한 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충북에서는 명의도용 논란으로 도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지난 4월 (윤건영) 예비후보 지지선언 중 다수의 미동의자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배포했다.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는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은 현직 교사 등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서거석 후보와 천호성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천 후보 측이 서 후보가 전북대 총장 시절 동료 교수를 폭행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서 후보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과 비방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에 천 후보도 “서 후보가 2013년 11월 동료 교수를 폭행한 사실이 명백하다. 증거자료도 확보했다”면서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 후보를 고발하며 맞대응했다.

부산에서는 김석준 후보 선대위가 하윤수 후보 측이 선거공보 및 벽보에 허위 학력을 기재했다며 선관위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또 방송토론회에서 하 후보의 아내 관련 업체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제기하고 음주운전 전과도 지적했다. 그러자 하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전교조 가입과 진보정당 활동 이력 등으로 맞섰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교육학)는 “학교를 포함한 교육 활동과 행정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 중심의 선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전달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 중구 중림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직원이 기표용구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비용 상한’ 경기도 44억1900만원

교육감 후보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그러나 허울뿐인 중립의무로 인해 후보 간 대결 구도가 극단화하는 데다 선거비용도 불어나고 있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소속이 아니다. 선거전에 개인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2007년 직선제 시행 이후 뇌물 수수 등 비리로 징역형이 확정된 교육감은 6명으로, 이 중 5명은 임기 중 교육감직을 잃거나 사퇴했다.

26일 지역 선관위에 따르면 올 6·1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 한 명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 상한액은 평균 14억3300만원이다. 경기도가 44억19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가 34억3100만원으로 뒤를 잇는다. 경기도의 경우, 교육감 후보 1인당 선거비용이 인구 110만의 수원시 시장 선거(3억9200만원)의 11.2배, 가장 낮게 책정된 연천 군수 선거(1억1500만원)의 38.4배에 이른다. 다른 15개 시·도 교육감 후보들도 지역 선관위가 정한 3억∼17억원의 비용을 쓸 수 있다. 이들은 교육감에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하면 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앞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61명의 교육감 후보가 쓴 선거비용은 677억원에 달했다. 같은 선거의 시·도지사 선거비용(54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교육감 후보자의 중립성은 ‘껍데기’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진보의 대결구도 탓에 정당이 아닌 시민사회단체가 진영별 단일화에 나서며 오히려 좌·우 쏠림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박대권 교수(청소년지도학)는 “정당은 정책을 만들 때 중도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교육감의 정책을 견제하거나 책임질 수도 있다”며 “더 강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 후보들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감옥에 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총 조성철 대변인도 “지금 선거는 양극단에 기댄 정치 배경과 돈이 좌우하는 ‘깜깜이 선거’ 구조”라고 지적했다.

◆진보 vs 보수 7곳서 맞대결

이번 선거에서도 각지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충북, 대구, 부산, 울산, 경남, 제주 등 7곳 시·도에선 일대일로 겨루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동안 진보 교육감은 2014년 13곳, 2018년 14곳에서 당선되며 과반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보수 후보들이 우세가 점쳐지거나 선전하면서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러 지역에서 보수 후보들이 안정적 지지세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의 조희연·강신만 후보가 이날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진보의 조 후보와 보수 성향의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 등이 겨룬다.

경기에서는 진보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보수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맞붙었다. 앞서 진보 진영에서는 6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성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난 임 후보는 과밀학급·학력격차 해소, 학생의 무한 잠재력 발휘 지원, 마을교육공동체 글로벌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성 후보는 온라인상에서 학습할 수 있는 ‘미네르바스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충북교육감 선거에선 청주교대 총장을 지낸 보수 윤건영 후보가 3선에 도전하는 진보 김병우 후보와 승부한다. 대구에서는 보수 성향으로 재선 도전에 나선 강은희 후보와, 진보 성향 엄창옥 경북대 교수가 맞선다. 부산에서는 김석준 현 교육감과 하윤수 부산교대 교수의 양자대결이 펼쳐진다. 김 후보는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역량 교육 강화를, 하 후보는 미래교육 인프라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천·수원·원주=강승훈·오상도·박명원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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