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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발자취·걸작…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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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6 13:32:50 수정 : 2022-06-06 1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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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파리에 흐르는 예술의 향기

에펠탑 품고있는 인류박물관
진화 되어온 인류문화사 나열
걸음걸음마다 생각에 잠기게 해
DNA 분석 ‘뿌리’ 찾는 체험도

피카소 미술관 시대별 작품 감상
같은 모델 표현 로댕 작품과 비교
카르나발레 박물관 입구엔
아담하고 아름다운 정원 조성
파리 샤이요 궁전에서 바라본 에펠탑

커튼을 젖히니 하늘빛이 아직 어둡다. 새벽길을 조심스레 밝히고 있는 할로겐 빛이 파리 골목길에 스며든다. 해가 뜬 건지 아직인지 모를 날씨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아침 일상은 이렇듯 자연스레 커피 한잔과 가이드북을 들춰 보며 시작된다.

호텔을 나서니 에펠탑이 정면으로 보인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공간에서 그들만의 추억을 쌓고 있는 듯하다. 주위를 산책하고 인류박물관(Musee de l'Homme)으로 향한다. 센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박물관은 에펠탑 전경을 품고 있다. 파리 뮤지엄 패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관광객들 방문이 많지는 않지만 선사시대, 생물학과 문화인류학 컬렉션을 즐기고자 한다면 한 번쯤 들려볼 만한 장소이다.

박물관은 1937년 파리 샤이요 궁전에 설립되었다. 프랑스 국립 박물관으로 인류학적, 역사적,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일부이다. 박물관을 둘러보면 인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방법에 관해 생각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진화 사슬에 얽혀 있는 인간과 인류학에서 일컫는 생물학적 단일성과 다양성, 그리고 민족학에서 다루는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다양성 등 걸음걸음마다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다.

얼핏 지나치면 흥미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어느덧 잊은 본질적인 문제들을 박물관에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될 줄이야? 또 다른 흥미로운 장소는 과학 프로그램 전시실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 현재 위치를 이해함과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성과 오늘날 펼쳐지는 맥락을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상상해 보란다. 생각했던 과학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르고 어려운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얼굴을 비추니 DNA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조상과 뿌리를 찾아주는 흥미로운 체험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임시 전시회인 운동화 박물관(Sneakers at the Museum)도 흥미롭다. 익숙한 운동화들이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다는 것, 내가 신고 있는 운동화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새롭다. 이렇듯 현재는 또 다른 미래의 과거로 기록되는구나 싶다.

인류박물관. 1937년 파리 샤이요 궁전에 설립된 프랑스 국립 박물관으로 인류학적, 역사적,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일부이다.

박물관 카페테리아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에펠탑과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대화를 즐기는 그들을 뒤로하고 샹젤리제 극장으로 향한다.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극장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파리에서 보기 드문 발렛파킹 안내를 본다. 극장 내부 무대처럼 화려한 실내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파리지앵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공연이 있는 날은 유명인사들도 만나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화로 시끌벅적했을 테지만 공연 없는 점심시간은 들뜨지 않은 분위기로 음식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피카소 국립 미술관. 1973년 프랑스 정부에 상속세 대신 기증된 작품들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된 미술관에서는 피카소 작품들을 시대별로 모두 볼 수 있다.

점심을 즐기고 로댕과 피카소 비교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다. 물론 피카소 미술관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이번 기획 의도는 흥미롭다. 피카소 국립 미술관(Musee National Picasso-Paris)은 1985년 파리 마레 지구 중심에 있는 살레 호텔에 자리 잡았다. 1973년 프랑스 정부에 상속세 대신 기증된 작품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카소 작품들을 시대별로 모두 볼 수 있다. 피카소의 수집품과 더불어 피카소 작품들을 둘러보고 피카소와 로댕이 표현한 작품들도 비교하며 본다. 같은 대상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피카소의 우스꽝스러운 모델과 로댕의 근엄한 모델이 동일한 인물 발자크(Balzac)라는 것에 한참을 들여다본다.

파리 역사를 다루고 있는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카르나발레 호텔과 르 펠레티에 드 생 파르고 호텔 건물 두 개를 함께 쓰고 있다.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 카르나발레 박물관(Musee Carnavalet)으로 향한다. 파리 역사를 다루고 있는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카르나발레 호텔(Hotel Carnavalet)과 르 펠레티에 드 생 파르고 호텔(Hotel Le Peletier de Saint Fargeau) 건물 두 개를 같이 쓰고 있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안으로 아담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 조각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관에서 파리의 처음 정착 시기부터 세계적인 대도시로 거듭나기까지의 변천사를 둘러보고자 하니 문 닫을 시간이라고 안내한다.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향한다. 코로나19를 잘 버틴 친구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파리는 한국보다 엄격한 통제로 힘겨웠다고 하니 위로와 축하를 전하며 저녁으로 해산물 요리(plateaux de fruits de mer)을 즐긴다. 어느덧 하루가 저무는 시간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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