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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자 정민 교수는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고전 연구자이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책을 쓸 때 무엇보다 전달력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도 그는 자신의 글에서 아름다움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에 그것보다는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했다. 문장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누어 쓴다. 글의 리듬을 살피고 필요 없는 문장을 삭제한다. 아무리 공들여 쓴 문장이라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삭제한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글을 써야 독자들이 쉽게 읽고 깊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쉽게 읽으려면 역시 짧고 간략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짧게만 쓴다고 모든 글이 편하고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짧지만 어휘가 어려울 수 있고, 내용이 복잡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짧게 쓰되 이미지의 문장을 자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미지의 문장은 말하기보다 보여주는 방식 중의 하나이다. 언론기사 규범에 “Show, Don’t tell”이란 말이 있는데 의견을 말하기보다 사실을 보여주라는 뜻이다. 때로 이런 방법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흔히 보는 퓰리처상의 사진도 이런 방식이다. 전쟁 속에서 죽은 아이의 사진 하나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내용의 전달은 무엇보다 쉬워진다.

그러나 가장 효과 있는 전달력은 이야기 방식을 차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문장이 짧고 선명하더라도 긴 분량의 글이나 무거운 내용의 글을 읽다보면 힘들고 지루해지기 쉽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일화나 우화, 유머, 속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 방식을 덧붙이는 것이다. 글을 쓰다 삽화를 덧붙이면 독자는 생각보다 흥미를 가지고 글에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 자체가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몰입감과 정서적 공감을 불러와 글을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문장이 짧고 선명하면서, 게다가 이야기까지 덧붙여지면 독자에게는 정말 전달력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이야기하는 인간)란 말이 있듯이 이야기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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