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권성동, 혁신위 추진 과정 지적하며 에둘러 불만
"자기 개혁은 필요하나 중지를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우크라이나 방문을 밀어붙이고 혁신위를 띄우자,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친윤계에서 각을 세운 모양새다. 이 대표가 당 쇄신의 기치 위에서 존재감을 높여 당내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을 구사하자, 소위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 중에서도 중진들이 6일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이자 국회 부의장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친윤석열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며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문하겠다, 혁신위원회 설치하겠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쏘아붙였다.
또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 의원은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며 "그 와중에 이준석 당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이대표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소수 여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부터 차분히 모색하는 국민의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에 각을 세우는 대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며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당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선거 4연패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권교체의 미래를 꿈조차 꾸지 못할 때 윤석열이 나타났다. 윤석열이란 '독보적 수단'을 활용해 정권교체의 숙원을 이뤘다"며 "국민의 힘이 그 빚을 갚는 길은 여당으로서 굳건하게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준석 대표의 혁신위 추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조금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며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혁신위의 구성부터 어떤 임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템, 어떤 부분을 논의할 것인지가에 대해서 먼저 (결정)하고 그리고 발족하는 것이 맞았는데, 혁신위 출범부터 발표하고 인적 구성이라든가 논의해야될 대상, 아이템에 대해서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건 순서가, 앞뒤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당이든 어느 조직이든 간에 끊임없는 자기 혁신, 자기 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미 혁신위가 발족이 됐기 때문에 혁신위에서 당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탄생하기 위해서, 중지를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런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고 했다.
다만 "이미 혁신위 발족이 기정사실화 됐으니까 다양한 인물을 추천받아서 혁신위를 구성하고 혁신위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느 부분을 개혁하고 혁신하는 것이 당의 미래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충분히 검토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혁신위 운영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 구성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사항은 아니라면서 권 원내대표는 "혁신위 결정사항을 당의 의견으로 채택하느냐 안 하느냐는 최고위원의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정진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데 대해선 "당내 민주주의 활발한 증거라 생각하고 있다"며 "누구나 당대표든 원내대표의 방침이나 행동에 대해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며 옹호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고, 앞으로 좀 더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서, 특히 외교나 안보, 국방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권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강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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