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십몇 년 수감 전례 안 맞아”… MB사면 염두?

전날 “언급할 문제 아냐”서 진전
“광복절 특사 가능성 커져” 분석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이십몇 년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며 오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오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습니까. 과거의 전례에 비춰서라도”라고 말했다. 전날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거리를 두는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2018년 처음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2020년 10월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지난해 성탄절 특사로 4년9개월 만에 석방됐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구속 수감된 뒤 단기간에 사면됐던 전직 대통령들의 전례를 언급한 것을 두고 특별사면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특사에 대해 긍정적인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공개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사면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든 정권이 1년차 8·15 광복절 때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대체로 실시했었다”며 사면론에 무게를 실었다.

81세의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당뇨 등 지병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을 때, 연령이 70세 이상일 때 등의 경우 징역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안양교도소를 관할하는 수원지검은 조만간 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 측은 2020년 12월에도 서울동부지검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당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사면 가능성을 내비친 데다 이 전 대통령의 당뇨 등 건강 상태를 고려해 형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당뇨가 심해져 발에 감각이 무뎌지고 걷는 데도 지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특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야권의 사면 요구가 변수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조국 서울대 교수 등에 대한 사면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 문제도 8·15 특사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병욱·이창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