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위기대응그룹(Global Crisis Response Group·GCRG)은 미국 뉴욕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두번째 활동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약 16억명이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 영향’으로, 지난 2월24일 러시아 침공 후 현재까지의 피해 상황이 조사되어 있다.
유엔 GCRG는 32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었으며, 식량 안보와 에너지, 금융문제, 그리고 그 밖에 다양한 글로벌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의장을 맡아 각국 정부 수반과 함께 위기 대응 행동에 이르기까지 빠른 의사 결정과 세계적 합의가 촉진되도록 호소하고 있다.
이번 GCRG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근로자 60%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실질소득이 감소하였다. 또 60%의 극빈국은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이 2015년 주창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서는 해마다 4조3000억달러(약 5504조원)가 필요한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되면서 유례없는 생계비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약 16억명이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들 중 12억명은 식량과 에너지, 금융문제에 취약한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storm)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각국은 생명과 생계를 구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하며, 이러한 위기는 기후,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그리고 전염병 사태 후 재건을 위한 자원 배분의 불평등 등과 같이 이들이 직면한 또 다른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간 겪지 못한 전대미문의 악영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엔 사무총장의 언급처럼 현재 촉발된 불평등의 위기가 지구촌 모든 이에게 똑같은 강도의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빈곤국과 취약계층일수록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완화하고 타개하기 위해 사회 보호 시스템(안전망) 구축과 이를 재건할 금융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 안전망 구축과 지속가능한 금융 투자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회, 기업, 금융권, 시민사회 등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SDGs 및 지속가능 금융의 요구에 동의하고 부합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는 정부와 기업의 금융 투자 시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실천 여부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역시 ESG 요소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보고, 주요 투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ESG 활동을 기반으로 현재 전 세계 지속가능 금융의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 자산은 2021년 들어 약 37조8000억달러(약 4경8384조원)로 급증했으며, 2025년 말에는 운용 규모가 전체 글로벌 자산의 1/3에 해당하는 53조달러(약 6경784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SDGs와 ESG의 핵심 이행 요소인 ‘친환경’과 ‘기후 대응’, ‘탄소 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한곳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고, 또 유럽연합(EU)과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 중립을 법제화했다. 지속가능한 사회 안전망과 지속가능 금융 이슈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국내 산업계와 금융계 대부분이 적극 참여하는 ESG 경영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전반에 퍼져 이제는 뿌리를 내려가는 추세다.
유엔 75주년 의제는 ‘우리 함께 만드는 미래: 우리가 원하는 미래’(Shaping our future together: The future we want)였다. 지금 초래된 여러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세계와 지속가능한 지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할 때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해 각국 지도자가 정치적 해법을 내놓을 때 SDGs와 ESG의 이행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면 ‘우리 함께 만드는 미래’의 첫번째 발걸음을 시작하는 셈이다.
김문주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moonju@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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