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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울 땐 크게 세 번 내려놔야… 믿고 버텨보세요”

입력 : 2022-06-20 06:00:00 수정 : 2022-06-19 2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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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교수에 듣는 ‘육아 성공 비법’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 늘면서
ADHD 아이들 상담 예약 꽉 차
TV프로그램처럼 10분 만에 해결?
‘한큐’에 해결 가능한 매직은 없어

소리 한번 안 지르고 키우긴 힘들어
엄마가 불안 견뎌내면 좋은 날 와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자녀 교육의 최대 적은 ‘옆집 엄마’”라며 “남의 집 아이의 성공 방정식이 우리 아이에게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잘 알고 아이도, 엄마도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엄마에게만 주어진 ‘육아의 짐’에 대해서도 “엄마의 번아웃과 우울증은 아빠의 책임”이라며 응원과 동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아이를 키울 때는 크게 세 번을 내려놓아야 해요. 내 아이가 생각보다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는 것, 공부는 못해도 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착하지는 않아도 건강할 줄 알았는데 심지어 건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말이죠.(웃음)”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지난 1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은사에게 들은 말을 인용하며 육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려놓음과 버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뜩이나 쉽지 않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또 다른 균열을 가져왔다. 오랜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등 아이들 문제 상황이 커졌고, 병원마다 상담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김 교수 역시 신규 환자는 올해 예약이 꽉 찬 상태.

김 교수는 “비대면 증가로 불안감이 크고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해진 반면,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은 학교라는 조직의 관리가 없어지며 많이 힘들어졌다”며 “아이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대 피해자는 코로나19 시대 입학생들, 즉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다. 김 교수는 “학교·또래 생활 3년 치를 한 번에 다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상담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난 데에는 ‘오은영 박사 신드롬’ 영향도 컸다. “굳이 질병이 아니더라도 ‘부모와의 갈등’ 같은 문제로 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부모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빛이 큰 만큼 ‘그림자’도 명확하다.

“TV 프로그램은 오랜 기간 촬영하며 아이의 행동을 분석해 해결하는데, 화면에 나오는 관찰 시간은 10∼20분에 불과하잖아요. 부모님들이 이것만 보고 10분 정도 설명 후 ‘말씀 다 드렸네요. 자, 이제 솔루션을 알려주세요’라고 말씀하세요.(웃음) 확실한 건 그렇게 10분 만에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매직’은 없습니다.”

김 교수는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만이 양육의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의 기질이라는 것이 바꾸기 어려운 만큼 부모도, 아이도 잠깐 상담으로 쉽게 변화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부모와 아이가 정신과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관계의 변화는 의외로 사소한 데서 일어난다.

“때로는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라는 걸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해결되기도 합니다. 이해하게 되면 비난을 덜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아이에게 ‘마음이 이러저러해서 불편하구나’라고 말로 표현하면 불안이 반감되는 효과가 생겨요.”

이렇게 말하는 김 교수는 어떤 엄마일까. 그가 자녀에게 물어보니 “얘기를 잘 들어주는 엄마”,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엄마”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제가 가진 불안감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을 밀어붙이거나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가끔 애들에게 소리 질러요. 아이에게 소리 지른 것으로 자책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단언컨대 자녀에게 소리 한번 안 지르고 키우는 엄마는 없습니다.”

그가 최근 엄마들을 위로하는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이라는 책을 낸 것도 이런 이유다. “엄마에게 ‘이렇게 하라’라는 책은 많은데 정작 외롭고 힘든 엄마가 위로받을 데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엄마 역시 완벽하게 잘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라떼 어른’들은 7남매씩 키우며 밭일도 하던 윗세대와 비교하며 ‘요즘 엄마’와 아이들은 툭하면 힘들어한다며, 나약함을 힐난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했어요. 12세에 알파벳 배우던 우리 때와 달리 요새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등 스트레스가 크죠. 또래의 괴롭힘의 강도와 빈도도 지금 어른들이 아이였을 때와 달라요.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비정규직에, 이른 퇴직에, 끝없는 경쟁에, 사는 게 너무 팍팍해졌잖아요.”

김 교수는 결국 엄마들은 자신의 불안을 견뎌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훈육을 잘못하고 있나’ ‘아이가 사람 구실 못하지 않을까’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을까’ 등의 수많은 불안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내려놓고 버티기만 한다고 될까. 된단다.

“부모 몇 명이 물어봤어요. ‘선생님. 책 속 OO이는 어떻게 됐나요’라고. 다들, 잘 살아요. 사연 속 아이들이 자라서 대기업 취업, 결혼 소식 등을 전해왔어요. 부모가 아이를 때리거나, 마음에 깊이 남을 심한 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를 믿고 기다리고 버텨보세요. 언젠가는 아이가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것들을 잘 안다’ 혹은 ‘고맙다’라고 얘기하는 날이 와요. 설사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런 생각은 하는 날이 와요. 그런 날이, 꼭 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버텨야죠.”

아이들은 자란다. 그러는 동안, 엄마의 마음도 자란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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