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두려워할 때 "백신 맞으니 안심" 강조
미국인 향해 "백신 접종이 최선" 간곡히 호소
유엔총회 의장도 "인도주의 선구자"라고 극찬
미국인 가운데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간호사가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을 받게 됐다.
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기념일(7월4일)을 앞두고 ‘대통령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수훈 대상자 17명 명단을 확정하며 뉴욕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샌드라 린지를 포함시켰다. 대통령 자유메달은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군인에게 주어지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과 쌍벽을 이룬다. 훈장 수여식은 오는 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자메이카계 흑인 여성인 린지는 뉴욕시 한 병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뉴욕시를 비롯해 미국 전역이 코로나19로 신음하던 2020년 12월14일 사용 승인이 난 지 얼마 안 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미국인 중에서 처음으로 접종했다. 백악관은 린지가 수훈 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하며 단지 최초의 백신 접종자라는 점 외에 그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내 중환자실을 지키며 코로나19 대응의 최일선에 서왔다는 점도 들었다. 여전히 백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백신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일종의 ‘백신 홍보대사’처럼 열정적으로 활동해 온 점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린지가 백신을 접종할 당시만 해도 많은 미국인이 ‘과연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될까’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몸이 상하는 것 아닐까’ 등 의구심을 지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백신을 맞고 난 뒤 언론과 마주한 린지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내게 크나큰 부담이었다”며 “백신을 맞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린지는 미국인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며 숱한 코로나19 확진자를 지켜본 그가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하는 중증환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심지어 (백신을 안 맞은) 젊은이들이 숨지는 걸 보기도 한다”고 말할 때 이는 상당한 무게감을 발휘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서둘러 백신을 맞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린지는 미국인들을 향해 “백신으로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역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엔도 린지의 용기와 과단성에 주목했다. 유엔은 올해 2월 그를 뉴욕시 유엔본부로 초청해 총회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주제로 연설할 기회를 부여했다. 당시 유엔총회 의장을 맡고 있던 압둘라 샤히드 몰디브 외교장관은 린지를 “인도주의를 실천한 선구자” “전 세계가 기억할 만한 인물” 등이라고 부르며 치켜세웠다. 또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직원 및 유엔을 드나드는 세계 각국 외교관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뉴욕시 의료진을 대표해 린지에게 각별한 고마움의 뜻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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