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물가 상승은 24년 만에 처음…하반기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 휴가철·명절 ‘가시밭길’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 등 대외 상승 압력 상당해

6월 소비자물가가 6.0%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 가운데 앞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길 요인들이 많아 월별 상승률이 7%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반기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 불안 요소가 여전한데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휴가철·명절 등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5일 뉴스1과 통계청의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0% 상승했다. 상승폭이 전월인 5월(5.4%)보다 0.6%포인트(p) 확대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6월 물가는 석유류(39.6%)를 포함한 공업제품(9.3%)과 외식(8.0%) 등 개인서비스(5.8%), 전기·수도·가스(9.6%), 농축수산물(4.8%)이 모두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농축산물 오름 폭이 확대됐다"면서 "1998년 11월은 외환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시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압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 심의관은 "기본적으로 인상 요인이 있어 하반기는 불확실하다"며 "석유류 오름세 둔화 시각도 있긴 한데 지켜봐야 한다. 지금 추세라면 계속 (월별 상승률이) 6%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7~8%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은 조심스럽지만, 지금처럼 높은 상승폭을 보이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지난달에 전월 대비 0.6%p 상승했는데 이런 속도가 지속하길 바라지 않는다. 굉장히 빠른 속도다"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공급망이 악화하면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특히 유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있다"며 "이제 겨울이 되면 유럽 등에서도 석유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연착륙으로 갈지, 아니면 경기 침체로 갈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3분기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함께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뛰는 등 대내외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 7~8월 휴가철, 9월 명절 등 소비가 활성화되는 시기를 맞아 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자 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데 현재 생산자 물가가 아직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당분간은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효과는 보통 5~6개월 후에 나타난다. 이런 부분도 당분간은 물가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한국에 오는데 그때 한·미 통화 스와프가 되면 환율이 많이 내려가면서 경제가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그게 안 되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 올라가게 되고, 수입 물가가 더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