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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위기 맞아 ‘우크라 승리’에 사활 거는 존슨 英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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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6 14:42:57 수정 : 2022-07-06 1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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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못 믿겠다" 핵심 장관들 잇단 사표
존슨 "우크라, 러에 빼앗긴 땅 되찾을 것"
내각을 구성하는 핵심 장관들의 잇단 사직으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런던=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핵심 측근의 추문으로 정치생명에 또 위기를 맞았다.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계속 영국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 존슨 총리는 이번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방패’로 삼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가 영국 등 서방의 무기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존슨 내각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총리 못 믿겠다" 핵심 장관들 잇단 사표

 

5일(현지시간) 존슨 내각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나란히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존슨 총리에 의해 여당인 보수당의 원내부총무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의 성추행 의혹에서 비롯했다. 핀처 의원의 성추행 정황을 알면서도 존슨 총리가 그의 임명을 강행했는지가 영국 정가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처음엔 “전혀 몰랐다”고 했던 존슨 총리가 얼마 뒤 “보고를 받았지만 이미 해결된 것으로 판단해 임명에 동의했다”고 말을 바꾸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수낙 재무장관은 “정부는 제대로, 유능하게, 진지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말로 존슨 총리의 무성의하고 즉흥적인 국정 운영을 꼬집었다. 자비드 보건장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총리를 신뢰할 수 없으며, 그 밑에서 일하는 동안 양심을 지킬 자신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존슨 총리는 고심 끝에 두 장관이 낸 사표를 수리하고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이 된 재무장관에는 나딤 자하위 전 교육부 장관, 보건장관에는 스티브 바클레이 총리 비서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 기간에 존슨 총리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측근들과 술파티를 즐겼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실추된 존슨 총리의 정치생명에 또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실망을 표하며 물러난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왼쪽)과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런던=AP연합뉴스

집권 보수당 의원들은 지난달 존슨 총리의 신임 여부를 둘러싼 투표에서 찬성 59% 대 반대 41%로 갈라졌을 만큼 극도로 분열된 상태다. 일각에선 “잇단 실책과 추문으로 존슨 총리 불신임에 동의하는 보수당 의원이 50%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며 “존슨 총리는 이제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존슨 "우크라, 러에 빼앗긴 땅 되찾을 것"

 

영국 정가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벌써 5개월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존슨 총리가 비빌 유일한 언덕이란 시각이 많다. 영국은 개전 초반부터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왔다. 우크라이나군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한 것은 물론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승기를 잡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로는 아예 영국군이 4개월마다 1만명씩 우크라이나 장병들을 훈련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내놓았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동부에서 러시아에 상당한 면적의 영토를 빼앗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이날 존슨 총리는 “나는 우크라이나군이 얼마 전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영토를 곧 되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및 재건을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이 지원한 더 많은 무기가 곧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이를 두고 존슨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실상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서방의 무기를 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자국 영토에서 쫓아낸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한 존슨 총리 인기는 쑥쑥 올라가고, 그는 다우닝가 10번지에 계속 머물려 할 것이다. 반면 서방의 무기 제공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열세를 면치 못한다면 그의 입지는 국제사회는 물론 영국 국내에서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존슨 총리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차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했던 지난달 25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티게이트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만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어려워지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총리직을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황에 자신의 신임을 걸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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