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유행 땐 격리 재시행 우려
신혼여행 등 계획 접거나 망설여
‘어린이집·유치원서 또 걸려 올라’
백신 안 맞은 유아 부모들 불안감
오는 9월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었던 A(31)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여행을 취소했다. A씨 직장인 병원에서 직원들의 해외여행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A씨는 “이번에 못 가면 나중에라도 신혼여행을 가겠지만, 기대하고 있다 갑자기 못 가게 되니 김이 빠진다”고 푸념했다.
취업준비생 홍모(27)씨도 지난주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 당초 이번달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와 숙박을 예약했는데 코로나19 확진으로 못 가게 된 것이다. 취업 관련 시험도 자가격리 기간과 겹치면서 응시하지 못했다. 홍씨는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썼는데 마음이 무너진다”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잘 버텨왔는데 재확산 시기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여행도 일정을 바꾼다고 숙박과 비행기를 새로 예약했다”며 “취소 수수료 4만원 등 총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5)씨도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하는 첫 여름 휴가 여행에 들떠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여행을 포기했다. 이씨는 “동해안에서 아들과 함께 하는 첫 해수욕 생각에 설렜는데, 코로나19에 예민한 아내가 불안하니 그냥 집에 있자고 하더라. 언제쯤이면 코로나19 걱정없이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대로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19가 다시 위세를 떨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두 차례나 포기한 ‘여름 휴가’를 애써 준비했지만 재유행 탓에 포기하는 등 일상에 또다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조금씩 회복하던 업황이 자칫 다시 무너질까 노심초사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코로나19 재확산 징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 특수를 기대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수요가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형 여행업체 관계자는 “현재 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10∼2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업계에서는 이번 여름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성수기인 만큼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20∼30% 정도까지는 올라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행업체 관계자 역시 “아직은 재확산에 따른 취소가 드물지만 앞으로 취소표가 많아질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에선 해외의 코로나19 상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외에서 입국 후 격리조치 등을 시행하면 해외여행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가고자 항공편을 예약할 때 망설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손모(29)씨는 “9월쯤 동남아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입국 후 격리조치가 생긴다면 휴가 일정상 해외여행은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시기에 기관에서 감염이 확산한 뼈아픈 경험을 한 탓이다.
4살 아이를 둔 김모(39)씨는 “올해 초 확진자가 많이 나왔을 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감염되고, 며칠 뒤 나까지 아이에게 감염돼 자가격리를 하며 고생한 기억이 있다”며 “아이는 백신도 안 맞은 데다 확진된 뒤 3개월이 지나서 또 감염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맞벌이라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6살 아이가 있는 이모(35)씨도 “유치원에선 식사시간 등에 마스크를 벗어서 확진자가 한 명 있으면 감염이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다“며 “몇 달 전만 해도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등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어딜 가든 사람이 북적이고 마스크도 안 쓰는 분위기라 걱정된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39)씨 역시 “최근 초등학생들의 확진 증가세가 가팔라서 걱정”이라며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재유행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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