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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진단서 있으면 무조건 상해죄?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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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5 13:00:00 수정 : 2023-11-15 22: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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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작성하는 진단서에는 일반진단서와 상해진단서가 있고, 상해 진단서는 발급 수수료도 훨씬 비쌉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일반진단서의 발급 수수료 상한금액은 2만원이지만 상해진단서는 10만원(3주 미만) 또는 15만원(3주 이상)입니다. 상해진단서는 질병의 원인이 상해(傷害)로 인한 것일 때 그 원인 또는 추정되는 원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상해에 대한 소견, 치료기간 등을 추가 기재해 작성합니다. 만약 의사가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하면 형사처벌과 의사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 이름만 잘못 써도 허위 진단서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는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더불어 상해 사실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2010도12728)고 해 상해진단서의 높은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판사는 의학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가 위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작성한 상해진단서를 믿는 것이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의사들은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해진단서가 법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전치 2주짜리를 통상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보통 싸움이 나면 쌍방폭행이 잦습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하는 사례가 잦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쪽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사건은 폭행죄가 아니라 상해죄가 됩니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를 했어도 상대방이 상해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상해진단서에 높은 증명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결국은 의사가 큰 고민 없이 발급한 2주짜리 상해진단서 탓에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도 경찰 앞에서 합의해놓고 나중에 상대방이 2주짜리 상해진단서를 제출해서 결국 의뢰인이 1심에서 상해죄의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로 찾아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필자는 항소심부터 맡아서 상고심과 파기 환송심까지 수행했습니다.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상해진단서 등을 근거로 여전히 상해죄의 유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의사가 진술하는 발급의 근거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부정하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2016도15018).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필자가 했던 주장들을 상당히 반영했습니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해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 일자 및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그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사건 후 진료를 받은 시점,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판단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해진단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해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다툴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에서도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상해 의문점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상대방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잘 준비해서 대응한다면 필자의 의뢰인처럼 힘들게 대법원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김추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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