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1년 이상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집값은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부동산업계는 규제 지역 유지에 다주택자의 매도세 등으로 하락세는 더 길어질 것으로 봤다.
4일 뉴스1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가온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1일 7억30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 11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3억9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며, 직거래를 제외하면 2020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가다.
가온4단지는 2019년 6월 입주한 1258가구 신축 대단지다. 단지 내 중학교가 있고 상업시설과도 가까워 일대 인기 아파트로 꼽힌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 거래량은 28건으로 세종시 전체 아파트 5위를 차지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 기준 호가는 8억원 전후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는 가격"이라며 "일부 매물은 7억원 초반대도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하락한 곳은 세종시에 수두룩하다. 가온4단지와 가까운 가온1단지힐스테이트세종, 새샘6단지한신더휴펜타힐스, 새뜸10단지더샵힐스테이트 등 주요 아파트 대부분이다.
세종시는 2020년 이른바 '천도론'으로 주목받으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없던 일이 됐고 집값은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말부터 53주 동안 한주도 빠지지 않고 하락했다. 최근 낙폭도 0.1% 이상이며, 올해 누적 하락폭(-5.06%) 역시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다. 비교 대상을 전국 시군구 지역으로 넓혀도 대구 달서구(-6.04%)에 이어 2위다.
부동산업계는 세종시 집값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봤다.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등으로 전반적인 시장 약세가 이어지는 데다 세종시를 둘러싼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한국은행이 전날 낸 보고서에서도 향후 하락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세종'이 지목됐다.
세종시는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 유일한 투기과열지구다. 반면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던 대전은 최근 해제됐다.
대전과 세종은 인접해 부동산 시장에서 서로 끼치는 영향이 크다. 규제 지역 희비로 세종시 투자 수요는 상대적으로 더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세종 집값이 약세를 보일 때 대전은 꾸준히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종시는 내년까지 아파트 공급이 적정 수준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라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속과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집값이 상승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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