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도로가 잠기고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자리가 공석으로 풍수해 예방과 대응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한 자치구청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파전을 먹고 있는 사진을 올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수도권의 풍수해 피해가 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수도권 공무원의 출근시간을 오전 11시로 조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인사로 현재 시의 풍수해 안전관리 업무를 컨트롤하는 안전총괄실 국·실장이 모두 공석이다. 한제현 전 안전총괄실장은 지난 1일 행정2부시장으로 임명됐고, 백일헌 전 안전총괄관은 지난 5일 광진구 부구청장으로 전출됐다. 기상청이 전날부터 11일까지 중부지방의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안전을 총괄하는 보직이 공석인 것이다.
이에 따라 폭우를 앞두고 발 빠른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주요 도로는 하수가 역류해 침수로 이어졌고 일부 도로에서는 땅꺼짐도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제설대란 당시에도 서울시는 시장의 공석으로 권한대행 체제였고 도로관리과장, 안전총괄관 등 인사가 이어지면서 시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집중호우로 서울 곳곳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마포구 재난을 책임지는 마포구청장은 SNS에 “맛있는 찌개에 전까지 꿀맛”이라는 게시글과 사진을 올려 누리꾼들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박강수 구청장은 전날 오후 “비가 내리는 월요일 저녁, 배가 고파서 직원들과 함께 전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며 식사를 하는 모습과 손가락 브이를 하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밖은 아비규환인데 먹방 사진을 올려버렸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 등 누리꾼들의 비판댓글이 달리자 박 구청장은 급히 게시물을 내렸다. 그는 “늦게까지 일하고 너무 배고파서 퇴근길에 만원짜리 김치찌개와 전을 먹었다”며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집중호우로 대중교통의 차질이 이어지면서 공무원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로 조정할 것을 수도권 행정·공공기관과 산하기관 단체에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라고 지시한 것이 바탕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민간기업에도 출근시간 조정을 요청했으나 막상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공무원의 늦은 출근시간 공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오전 11시 출근 방침이 시기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집중 호우로 인해 서울 동작에서 2명, 관악에서 3명, 경기 광주에서 2명 등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작구에서는 가로수 정리 작업 중 근로자 1명이 감전사했고 동작구와 관악구에서는 폭우로 주거지에 고립되면서 사망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경기 광주에서는 버스정류장이 무너져 1명이 급류에 떠내려가 사망했고 다른 1명은 차량 운행 중 토사유출로 사망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2명이 맨홀 하수구에 빨려 들어가 실종상태고 1명은 지하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간 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기 광주에서도 급류에 휩쓸린 2명이 실종상태다.
이날 출근길 불편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일부 선로가 침수돼 급행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동작역과 구반포역 침수로 노량진역~신논현역 구간은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올림픽대로,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 주요도로의 차량통행은 통제되고 있다. 언주로, 양재대로, 개화육갑문, 양평육갑문, 당산육갑문, 현천육갑문, 노들길육갑문, 노들로 여의상류~한강대교 등도 도로 침수로 인해 양방향 통제되고 있다. 디지털로 철산교~철산대교사거리 방향과 서부간선도로 광명대교~철산대교 방향도 통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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