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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대안영화로 멍때리기 해봤니?: 2022 네마프 개막작 소개

입력 : 2022-08-27 14:00:00 수정 : 2022-08-26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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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부’(2019).

 

지난 26일 폐막한 제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의 개막작 ‘(자아) 인식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자연’(감독 플로리안 피셔 & 요하네스 크렐)은 영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 등의 관계에 대해 직관적으로 느끼며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런데 그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시각, 청각 감각을 통한 묘한 홀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 ‘영화 멍’ 혹은 ‘영화로 멍때리기’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동안 (세계 최초의 동영상 저장 미디어)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담아왔다. 극영화 속 멋진 풍경이나 공포의 공간으로 배경이 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영화 속 미지의 세계로 등장하기도 했다. 

 

‘(자아) 인식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자연’은 단편영화 ‘스틸 라이프’(2014), ‘칼테스 칼’(2016), ‘암부’(2019)로 구성된 3부작이다. 두 감독은 자연을 소재로 독특한 실험-다큐멘터리영화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암부’는 2019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틸 라이프’에서는 너무나 선명한 원색의 숲속 풍경이 펼쳐진다. 하르츠산맥의 숲과 안개, 그림 같은 색감의 호수, 그리고 그곳의 사슴, 토끼, 오리, 부엉이 등이 등장하는데, 어디까지가 실제 숲이고, 어디부터가 박물관의 영상 속 숲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영화 ‘스틸 라이프’로서 바라보는 관객에겐 굳이 구분해낼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이 영화가 담아낸 자연은 매혹적이다. 

 

이어지는 ‘칼테스 칼’은 온통 하얗다. 하르츠 산맥의 노천 광산 석회 채굴 덕에, 숲과 호수 아래, 그리고 벌들조차 하얀 가루를 뒤집어썼다. 거대한 공장과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도 보인다. 자연이 망가지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들지만, 또 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마지막으로 ‘암부’는 요지경 놀이를 떠올려준다. 언뜻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 그대로를 기록한 것이다. 빛이 만들어낸 여러 자연 현상은 영화 카메라를 통해 신비로움이 배가된다. 물 위로 보이는 그림자는 반사 이미지를 비롯해, 일식으로 인한 그림자 효과 등이 추상화 같은 이미지로 기록됐다. 

 

내레이션이나 자막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에 촬영 방식 등이 자막으로 소개되지만, 지금 여기가 어디이고,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는 식의 설명은 생략된다.

 

관객은 스크린이라는 큰 창을 통해 자연을 마주 바라보며, 인간이 지닌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의 가능성과 한계를 그저 느끼게 된다. 화면 가득 보이는 거대한 사슴, 토끼, 부엉이 등과는 아이컨택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영화 멍을 때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난해하거나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빠져들었다는 느낌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바람 소리, 물소리, 동물들이 움직이며 내는 부스럭 소리, 바위가 무너지는 소리 등이 잔잔한 음악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도 자아낸다.

 

세 영화 모두 자연의 소리, 그리고 때로 잔잔한 음악이 함께 한다. 동물이 움직이며 내는 부스럭 소리부터 무너지는 바위들, 스크린 혹은 모니터 등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에 새삼 빠져든다. 

 

국내에서 언제 다시 소개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소위 주류, 상업, 극, 장편영화에 익숙해진 감각이 각성하는 경험을 했기에, 그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더불어 찾아보면 참 다양한 영화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알리고 싶었다. 

 

필자도 참여한 영화제라 미리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혹 상영 소식이 들린다면, 영화로 멍때리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어 보길 바란다. 비메오에 일부 혹은 전체가 올라와 있기도 한데, 혹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길 추천한다. 영화로 멍때리는 기분이 꽤 괜찮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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