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 시사에 美증시 술렁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 이창용 총재
“인플레 지속되면 추가 인상” 밝혀
금감원, 은행 외화조달 의견서 발급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2.25%→2.50%)을 발표한 직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년간 2.00%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국내 변수보다 미국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담은 표현이다.
지난 26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 참석 중인 이 총재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표현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원화 약세 및 경기 하방 압력 가중 등 국내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앞지를 경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계속 금리를 인상한다면 우리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연준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연준보다 일찍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물가 상승은 주로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인데, 8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스 가격 등 외부 충격을 감안할 때 아직 정점을 통과했다고 말하기는 시기 상조”라며 “인플레이션이 현재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정도나 속도는 미국보다 조금 적을 수도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과 7월에 이어 다음 달 또다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8분50초의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을 45차례나 언급했다. 파월이 매파 본색을 드러내자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3포인트(3.03%)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1.46포인트(3.37%) 밀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97.56포인트(3.94%) 추락했다.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같아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아진다.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금통위도 향후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등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증권을 활용해 국내은행이 보다 쉽게 해외에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도록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키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국내은행은 국내 보험사로부터 외화증권을 빌린 뒤 해외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환매조건부채권 매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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