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한테만 까다로운 잣대 꼬집어
'파티 동영상' 곤욕 치르는 마린 총리 격려
“계속 춤춰요, 산나.”(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고마워요, 힐러리!”(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대통령이 될 뻔한 힐러리가 이른바 ‘광란의 파티’ 동영상 유출로 곤욕을 치르는 마린 총리를 격려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논란이 불거진 후 핀란드 여성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클럽 등에서 파티를 즐기는 영상을 앞다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는 형태로 마린 총리를 응원하는 운동이 활발한데 힐러리가 여기에 동참한 것이다.
힐러리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어느 외국 도시의 클럽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는 사진을 올렸다. 함께 게시한 글에서 힐러리는 “국무장관으로서 회의 때문에 이곳에 출장을 왔지만 나는 파티를 즐겼다”고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내고 이후 대권 도전을 준비하다가 2016년 드디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져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꿈을 접었다.
눈길을 끄는 건 힐러리가 마린 총리한테 쏟아지는 비판이 ‘여성차별’이란 인식을 드러낸 점이다. 그는 선배 여성 정치인이자 텍사스주(州) 주지사를 지낸 앤 리처즈(1933∼2006)의 발언을 인용해 “진저 로저스는 프레드 아스테어가 했던 모든 것을 다했다. 다만 그녀는 그것을 거꾸로 하고 하이힐을 신었을 뿐”이라고 했다.
진저 로저스(1911∼1995)는 194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리우드 스타, 프레드 아스테어(1899∼1987)는 그녀와 ‘환상의 커플’을 이뤘던 배우 겸 댄서 겸 가수다. 두 사람은 1930년대 여러 편의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며 현란한 탭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거꾸로 하고 하이힐을 신었을 뿐’이란 어구는 남녀가 서로 마주보거나 나란히 서서 춤을 추다 보니 손의 방향 등이 서로 반대가 될 수밖에 없고,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진저는 훨씬 더 불편한 상태에서도 프레드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가며 탭댄스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결국 힐러리의 말은 ‘남성 정치인이 춤을 추고 즐기는 것에는 관대하면서 여성 정치인한테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댄다’라는 취지의 비판이 담겨 있는 셈이다.
마린 총리는 “계속 춤을 추라”고 격려하는 힐러리의 이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리트윗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를 향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앞서 마린 총리는 클럽에서 유명 연예인 등과 새벽 4시까지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기는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돼 SNS를 타고 번지며 난감한 처지가 됐다. 마린 총리는 “공적 업무와 무관한 사생활일 뿐”이라며 “나도 즐길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으나 그의 초청으로 총리관저를 방문한 여성들이 공적 장소인 관저 내에서 부적절한 사진을 촬영한 정황이 공개되자 결국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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