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 조모씨의 온라인 시험(퀴즈)을 대신 풀어준 정황이 담긴 가족의 카카오톡 채팅방 기록이 공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 조사를 실시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카카오톡 채팅 기록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 가운데 하나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가 조씨의 조지워싱턴대 재학 중 과제 대필과 온라인 시험의 대리 등을 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조씨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치른 시험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의 대리시험은 조씨가 당시 수강 중이던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개된 대화방에서 정 전 교수는 2017년 9월 “O이(아들 이름) 퀴즈 시작하자”라고 한 뒤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다. 이 답안을 제출한 시험에서 조씨는 만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2016년과 12월 가족 채팅방에 “아빠 한국기준 화요일에 시간 되세요”라며 또 다른 과목의 온라인 시험 일정을 사전에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대기하고 있으마”, 정 전 교수는 “나도”라고 답했다.
이후 예정된 시험 시간이 다가오자 정 전 교수는 “엄마 컴(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비 완료”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조 전 장관 역시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조 전 장관은 조씨로부터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조씨가 시험 시작을 알리자 조 전 장관은 “문제 이멜(이메일)로 보내주길”이라고 말했고, 조씨가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이메일로 전송하자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는 각자 문제를 풀어 채팅방에 정답을 보냈다.
검찰은 “가족끼리 정답이 뭔지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며 부모 도움을 받은 조씨가 고득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수차례에 걸쳐 조씨의 과제를 대신해 작성한 정황도 공개했다. 정 전 교수는 “이제부터 밤새서 너 중국영화 페이퍼 쓸 거야”라고 했고, 이 과제를 제출한 조씨는 A 학점을 받았다. 정 전 교수는 조씨에게 “No worries(걱정하지마) 너 지금 페이퍼에서 엄청 점수 따고 있어”라며 해당 과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학문 윤리 규정을 보면 정직하고 진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고 있다”며 “한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것이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전 장관 측은 지난해 6월 대리시험 내용과 관련 “조 전 장관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면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재판부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학교폭력)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의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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