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오듯… 텅빈 식당 채우는 잔잔한 하모니 [김셰프의 씨네퀴진]

카모메식당과 연어

핀란드 헬싱키의 한 식당 배경
사연 있는 캐릭터들 의기투합
재치·협동으로 가게 어느덧 북적
대중적 연어구이 정식 손님들에 인기

영화 ‘카모메식당’의 한 장면

같은 연어를 좋아하는 나라이기에 먼 타국인 핀란드에 와서 식당을 차린 주인공. 처음에는 텅 비었던 가게가 친구들과 손님들로 가득 차며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면은 잔잔함과 더불어 이 영화 특유의 전달력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화 카모메 식당

2006년 개봉한 영화 카모메 식당은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감성이 가득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한 식당을 배경으로 각자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 모여 몇 달째 손님이 오지 않던 텅 빈 식당을 그들의 재치와 협동으로 손님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내용의 힐링 영화다. 이 영화에 자극을 받아 변두리 작은 식당을 오픈하려는 꿈을 꾼 사람들도 꽤 많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영화는 텅 빈 식당을 홀로 지키며 앉아 있는 주인공의 사연 있는 표정으로 시작한다. 동네 주민들은 동양인의 식당을 그리 탐탁지 않아하며 눈 마주치는 것조차 진저리 치고 자리를 피한다. 상처 받을 법도 하건만 그러려니 하며 다시 자기의 일을 하는 주인공. 그러던 중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핀란드 청년을 시작으로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온 알 수 없는 표정의 사람, 짐을 잃어버린 독특한 패션의 사람, 남편과 헤어져 슬픔을 못 견디는 현지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고 또 그렇게 북적이는 가게를 보며 평소 망설이던 동네 주민들까지도 하나둘씩 가게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나도 요리를 공부한 지 얼마 안 된 앳된 청년이었다. 내 가게를 가져야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고 그저 요리가 좋고 먹는 것이 좋아서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영화의 대사 중 주인공 사치에의 말은 내 가치관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 “카모메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손님도 차츰 늘 거예요. 그래도 안 되면 그때는 문을 닫아야죠. 하지만 잘될 거예요.” 덤덤하게 내뱉는 주인공의 말은 음식에 대한 믿음과 건강한 가치관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갖춘 사랑받는 음식점의 사장이 되는 기본 자세 아닐까 싶다.

구운 연어 스테이크

#연어 정식

카모메 식당은 배경이 음식점이다 보니 아무래도 음식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들이 손님들을 끌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장면은 꽤 재미있다. 일본 음식의 영혼이라고 말하는 오니기리에 핀란드의 특색 있는 재료들을 섞어 시식하는데 청어 오니기리, 랍스터 오니기리, 순록 오니기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아주 이색적인 재료들의 구성이다. 2006년에 영화가 개봉했으니 그 당시엔 아주 파격적인 메뉴들이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꽤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이 앞서간 퓨전 메뉴가 아닐까 싶다. 그 메뉴들은 결론적으로 카모메 식당 메뉴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카모메 식당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은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영화에 나오는 요리 중 연어 정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게에 손님이 하나둘씩 찾아 오게 되고 커피와 빵 이외에 처음으로 손님에게 나가는 음식 중 하나가 연어 구이 정식이다. 그릴에 구워 먹음직스럽게 나가는 연어를 보고 있자면 군침이 고인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 사치코가 그 많은 나라 중 이 핀란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한국은 불고기와 김치, 인도는 카레, 태국은 똠양꿍, 핀란드 하면 연어인 것처럼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이 있는데 일본이나 핀란드나 바로 아침 메뉴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연어 구이라는 이유 때문에 먼 타국까지 왔다고 한다. 참 단순하지만 꽤 낭만적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연어 구이가 정말 맛있어 보인다.

영화 ‘카모메식당’에 등장하는 연어 메뉴.

#연어

연어는 우리가 좋아하는 생선 중에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광어회, 우럭회 다음으로 대중적인 것이 연어회 아닐까 싶다. 그런 연어가 요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주로 칠레,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에서 양식하며 우리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가장 많이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연어는 잡힌다. 9∼12월에 섬진강에서 동해안 북부 명파천까지 연어들이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온다. 연어는 살이 선홍색이고 지방의 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그 선홍빛 때문에 붉은 생선이라고 오해를 받지만 흰살 생선으로 연어가 주로 섭취하는 갑각류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성분 때문에 살이 붉은색을 띄게 된다. 연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이 좋다. 회로 먹거나 버터에 살짝 굽기도 하고 소금과 허브에 절여 먹기도 한다. 요즘엔 맛간장에 절여 연어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유의 고소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구운 연어 스테이크 만들기

<재료>

연어 120g, 버터 50g, 마늘 두 톨,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화이트와인 50㎖, 다진 파슬리 약간, 휘핑크림 50㎖, 밀가루 약간

<만들기>

① 연어는 굽기 전에 소금 간을 하고 밀가루를 살짝 두른다.② 팬에 버터를 두르고 약불에 연어를 넣는다.③ 색과 향이 나면 저민 마늘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④ 버터가 갈색이 되고 연어의 한쪽 면에 색이 나면 연어를 뒤집은 후 화이트와인을 넣고 반으로 졸인다. 불은 계속 약불로 조리한다.⑤ 연어를 건져 접시에 담고 팬에 남은 화이트와인에 파슬리와 휘핑크림을 넣고 졸여 소스를 만든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