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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국악과 재즈 만나는 MZ식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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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3 22:30:49 수정 : 2022-09-23 2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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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첫 시도… ‘물과 기름’ 만남
요즘 젊은 아티스트 또 다른 결합
각 장르 인정하며 새 창작물 내놔
과거의 유산에서 한걸음 진일보

가을을 맞이해 최근 기고문 청탁과 강연 의뢰가 늘어나고 있는데, 유독 ‘크로스오버’ 음악에 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음악계의 현상 가운데 국악과 재즈의 크로스오버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 국악을 월드뮤직으로 바라보는 관점 때문인지, 월드뮤직 전문가라는 이유로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도대체 크로스오버가 뭐길래? 말 그대로 장르와 장르를 결합해 새 결과물을 얻는 창작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 모양이다. 국악이라는 우리의 음악 또는 한국의 월드뮤직과, MZ세대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는 재즈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노력이 최근 국내 크로스오버의 경향이란다. 고무적이긴 하지만 이 현상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양날의 검, 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1990년대에 시도했던 결과물 혹은 과도기 형태의 결과물을 양산할 것인가. 기시감마저 느낄 정도로 흘러가는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1990년 당시 국내외 아티스트들은 국악과 재즈를 처음으로 접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한국의 전통음악은 국외 아티스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금단의 열매였던 이유도 있었다.

이 시도는 분명 1990년대든 2022년이든 꾸준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게다가 현재 우리가 보는 국악과 재즈의 만남은 시행착오, 학습효과, 과거의 유산 등등 뭐라고 부르든 과거로부터 얻은 확실한 경험치가 있다. 실패라고까지 부를 건 아니지만, 당시 시도는 물과 기름을 한 그릇에 부어놓은 기분이랄까, 서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 따로 노는 결과물을 양산한 적도 있었다. 얼핏 보면 재즈 리듬에서 느낄 수 있는 즉흥성과 우리나라 장단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쪽 장르의 본질을 서로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이런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라는 크로스오버의 움직임은 적어도 확실한 과거의 유산에서 한 걸음 진일보한 느낌이 있다. 그 예로, 윤석철트리오는 재즈 피아노의 특성에 우리나라 문화 전통을 접목해 한국 전래동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경기남부재즈의 ‘창부타령’이나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새타령’처럼 재즈를 중심으로 너무 과하지 않게 우리 음악의 전통과 우리만의 서사를 담아낸 것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때 국악계에서 ‘순수성을 잃는 행위 또는 우려되는 시도’로 여기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들은 절대 무리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 영역에서 조심스레 접근하는 노력이 보인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스톤재즈의 ‘또 다른 아리랑’이나 신노이의 ‘유니티’(Unity) 등은 이와는 반대로 국악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재즈에 접근한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물과 기름의 만남’이 아니라 제3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게끔 희망을 선사한다. 분명 1990년대 당시 음악계가 시도한 움직임에서 뭔가 배웠다고 해야 할까. 어느 장르에 무게중심을 뒀든 각각 장르와 시대, 문화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움직임은 1980년대 중반부터 성행했다. 그중에는 스페인 플라멩코, 영국식 포크뮤직, 그리고 아프리카 말리의 전통음악을 한데 엮은 음악도 있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 존재했던 송가이 왕국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 팀 ‘송가이’가 그 주인공인데, 국적을 알 수 없는 중구난방 음악일 것 같으면서도 막상 들어보면 꽤 정제된 음악을 선사한다. 또한 그 안에 수많은 문화의 코드가 들어가 있을 것 같은, 그리고 그걸 파헤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음악이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국내 아티스트들이 재즈와 국악을 결합해 시도하는 크로스오버의 결과는, 재즈를 좋아하고 국악을 어려워하지 않으며, 음악에 편견이 없는 지금의 세대들이 평가할 부분이다. 또한 그 평가는 취향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양쪽의 문화, 음악 코드, 그리고 흔히 ‘이디엄’이라고 부르는 장르 특유의 음악 어법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단서이기도 하다. 최근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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