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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멘트협회도 ‘허술한 1급 발암물질 기준’ 사실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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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9 16:23:49 수정 : 2022-09-29 16: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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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협회 ‘6가 크롬 국내·외 현황 검토결과’ 자료
“EU 기준값, 국내 측정방식으로 환산하니 ‘1㎏당 4㎎’
‘1㎏당 20㎎’인 한국·일본 기준값보다 훨씬 엄격해”
2006년 환경부 “일본 기준이 EU보다 엄격” 정반대 판단
노웅래 의원 “환경부가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안전 포기”

최근 시멘트 제품 내 1급 발암물질 ‘6가크롬’에 대한 국내 기준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시멘트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시멘트협회가 내부적으로 ‘유럽연합(EU) 기준이 한국보다 5배 엄격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멘트는 건축물에 주로 쓰여 일반 국민의 접촉 가능성이 높은데도 국내의 경우 제품 내 6가 크롬이 EU보다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단 걸 시멘트업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일본 기준을 따르는 한국은 시멘트 제품을 물에 녹여 용출되는 6가크롬을 측정한다. 기준값 ‘20ppm(1ppm은 100만분의 1)’ 내로 관리된다. EU는 이와 달리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모르타르를 대상으로 6가 크롬을 측정하고, 기준값은 ‘2ppm’이다. 

지난 26일 서울 시내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최근 시멘트 제품 내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에 대한 국내 기준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시멘트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시멘트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시멘트 6가 크롬 국내·외 현황 검토결과’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EU 기준값에 한국·일본 측정 방식을 적용해 환산한 값이 ‘4ppm 정도’라고 결론내렸다. 같은 측정 방식을 쓴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6가 크롬 관리 기준값이 EU의 5배나 된다는 뜻이다.

 

이런 시멘트협회 측 결론은 2006년 시멘트 6가 크롬 관리방안 발표 당시 환경부가 EU 기준이 아닌 일본 기준을 채택한 이유라며 밝힌 내용과 상반된 것이다. 환경부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동일 시료에 대한 분석값을 비교한 결과 일본 기준이 (EU보다) 다소 강화된 기준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2006년 시멘트 6가 크롬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중 일부다. 환경부는 여기서 일본 기준이 EU 기준보다 “다소 강화된 기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상반된 시멘트협회 검토결과에 대해 “시멘트협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4ppm 정도’라는 EU 기준 환산값을 구한 건지 확인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현재 환경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시멘트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유해성 여부를 원천 검토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시멘트협회는 검토결과 자료를 통해 “무리하게 EU 기준을 따를 경우 시멘트 제조 원가 상승, 환원제 다량 사용으로 인한 시멘트 품질 저하, 건설 분야 제품 안전성 저하, 원가 상승, 순환자원 활용 제한, 탄소중립 실현에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6가 크롬은 탄소배출량 감축 등 목적으로 폐기물을 연소시켜 제조하는 시멘트 제품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작성한 ‘시멘트 6가 크롬 국내·외 현황 검토결과’ 자료 중 일부다. 시멘트협회는 여기서 6가 크롬에 대한 EU 기준(‘EN규격’)을 국내·일본 기준으로 환산하면 ‘1㎏당 4㎎’(4ppm)이 된다고 밝힌 뒤 “무리하게 EU 기준을 따를 경우 시멘트 제조 원가 상승 등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제공

다만 이런 주장은 국민 건강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배제한 채 주로 경제성만 따진 것이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기관이 시멘트 내 6가 크롬에 따른 건설현장 노동자의 질병 피해를 공식 인정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해 2∼4월 건설현장 폐기물 처리 업무를 맡던 중 양측 손 부위 가려움·따가움 등 접촉성 피부염 증세를 보인 A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심의 의뢰에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면서 “시멘트에는 6가 크롬 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올해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시멘트 3개사 제품 내 6가 크롬 농도를 EU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선 기준값의 2.5∼4.5배 수준인 6가 크롬이 검출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시멘트협회는 국내 발암물질 허용 기준이 유럽보다 느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안전한 시멘트’라며 국민들을 속여왔다”며 “환경부가 이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사실상 국민 안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멘트 내 발암물질 허용기준을 유럽과 같이 엄격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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