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원국 중 독일·프랑스도 여성이 외교장관
"용감한 이란 여성이 주도하는 시민운동 지지"
세계 주요국의 여성 외교부 장관들이 연대해 이란 정부에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이란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의문사한 뒤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 외교장관들을 한데 모아 이란에 외교적 압력을 최대한 가할 것”이라며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이란 여성들과 연대하는 외교적 노력에 있어 캐나다 정부가 그 중심에 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외교장관 회의는 그 자체로 이란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매우 강력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는 향후 1∼2주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안에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릴 전망이다.
현재 G7(주요 7개국) 회원국 중에만 여성 외교장관이 3명 있다. 캐나다의 졸리 장관, 독일의 안나레나 배어복 외교장관, 그리고 프랑스의 카트린 콜로나 외교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여성인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도 불과 1개월 전까지 영국 외교장관이었다. 여기에 유럽의 스웨덴, 벨기에,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호주, 남미의 칠레, 엘살바도르 등도 외교장관을 여성이 맡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16일 ‘마흐사 아미니’라는 이름의 22살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다가 갑자기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최근 시위와 관련해 최소 185명이 숨졌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젊은 여성들이 앞장서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히잡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여성들의 퍼포먼스가 남성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 속에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이란 여성들에 연대를 표명하고 이란 정부를 향해 “여성 차별과 인권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중이다.
물론 이란이 서방 등 국제사회의 권고에 귀를 닫은 상태에서 여성 외교장관들의 회의 개최가 이란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졸리 장관은 “우리는 이번에 이란에서 여성 주도로 일어난 시민운동에 모멘텀을 제공해 그 운동이 그냥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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