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文케어 보장 강화로
2023년 1조4000억 ‘마이너스’ 추산
2028년엔 적립금도 바닥 드러내
2023년 직장인 건보료율 7%대 진입
2027년 법정 상한선 8%대 전망
2022년 국고지원 종료 “일몰 폐지” 주장
“의료비 억제 근본책 내야” 지적도
내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을 기점으로 건강보험 급여비 등 총지출이 보험료 등 총수입보다 많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급격한 고령화와 대규모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적립금 역시 2028년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된다. 건보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수지가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내년 1조2000억원 적자를 예상한 것을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 적자가 확실시되는 셈이다.
이후 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2024년 2조6000억원, 2025년 2조9000억원, 2026년 5조원, 2027년 6조8000억원, 2028년 8조9000억원으로 추정돼 점점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 건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 고령자 비중이 20.3%에 달해 고령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적은데 노인층이 많아지면서 만성 중증질환 증가 등으로 급여비 확대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문재인정부 때 실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건보 수지를 악화시킨 요인이 됐다.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5년 4조2000억원, 2016년 3조1000억원, 2017년 1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8년 2000억원, 2019년 2조8000억원, 2020년 4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금액 비율)을 2022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17년 ‘문재인케어’가 시작되면서 지출이 늘어난 때문이다. 건보 지출 증가율이 2018년엔 8.7%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13.8%까지 치솟았다.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20조2000억원이었던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8년에는 -6조4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불과 6년 뒤면 건보 적립금(누적 흑자)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결과’를 통해 2040년에 적립금 예상 누적 적자가 68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의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처음으로 7.09%로 7%대로 올라서는 직장인 건보료율이 이르면 2027년에는 법정 상한선인 8%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풀어야 할 과제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연장할 것인지 여부다. 건보 수입은 보험료 수입 등과 정부 국고 지원 및 국민증진기금으로 구성되는데, 정부 국고 지원 기간은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로 일단 끝난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과 시민단체는 건보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국고 지원 일몰제를 이참에 폐지하고 정부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보를 기금화해 국회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의료비 지출 억제 방안, 적정 보험료율 산정 등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국고 지원의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건보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예상되는 만큼 지출과 수입 양 측면에서 재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