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로 자금 쏠림 방지 위해
추경호 “남은 발행량 과감히 축소”
공사채 발행 취소 등 불안감 여전
증권계 ‘제 2채안펀드’ 설립 논의
금융 당국이 급격한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유동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업권별 PF 대출 현황 파악을 통한 시나리오별 비상 대응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금융 당국의 점검은 건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채권시장 불안의 ‘3중고’가 금융권 부실과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PF 대출액은 최근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올해 상반기 112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10년 전에 비해 3배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업권별로 부동산 PF와 관련해 채무보증과 PF대출 규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등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또 이번 사태가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선언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와 변제 계획 등을 점검해 정부에 보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부족하다면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요 증권사들이 ‘제2의 채안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주요 증권사 사장들과 만나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 9곳의 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해 회사 규모에 따라 사별로 500억∼1500억원을 지원해 최대 1조원가량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 국고채 발행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열린 ‘제9회 KTB 국제 컨퍼런스’에서 “올해 남은 기간 중 재정 여력을 고려해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과감히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채 발행 자체를 줄여줌으로써 민간 쪽으로 가는 자금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50조원+α(알파)’ 유동성 공급 조치에도 회사채 시장 내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애초 이번 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엔 AAA등급의 한국가스공사, AA+등급의 인천도시공사 채권 발행이 예상한 규모만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행이 취소됐다. 이날 회사채(무보증3년물 AA-등급)와 국고채(3년물) 간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는 1.307%를 기록해 전날의 1.287%보다 더 벌어졌다. 그만큼 회사채 구매 시 부담이 더 강해진다는 뜻으로, 투자심리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