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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급한 일본 한 살배기 여아… 미국행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력 : 2022-11-23 19:30:00 수정 : 2022-11-23 1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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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절대부족… 평균 3년 기다려야
애끓는 부모, 수술비 부담에 도움 호소
日 장기이식수술 건수 세계 42위 그쳐
타국서 불법 장기매매 수술로 논란도

“우리 가족으로선 구할 도리가 없는 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보통 시민 사토 쇼이치로(佐藤昭一郞)는 21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한 살배기 딸이 미국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사토가 일본에서보다 수술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미국행을 택해 이례적으로 전 국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배경에는 장기 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하세월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있다고 일본 매체들은 진단했다.

23일 NHK 방송에 따르면 사토의 딸 아오이(葵)는 지난해 10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심장에서 구멍이 발견돼 큰 수술을 2차례 받았다. 이후에도 심각한 심부전(심장이 신체 조직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 이어져 6월에는 인공 심장을 달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은 아오이가 감염증 등의 위험이 아주 높은 상태라 한시라도 빨리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사토는 일본에서 이식 수술을 생각해봤지만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은 “심장 이식의 경우 평균 3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딸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미국행을 결정했지만 수술비, 항공 요금, 체재비 등이 큰 부담이다.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까지 겹쳐 5억3000만엔(약 50억70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토가 관련 단체와 상담 후 기부금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건 딸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오이의 사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직면한 일본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NHK는 “지난달 말 기준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1만5800명 정도지만 지난 1년간 실제 이식을 받은 건 2% 정도인 400명에 불과하다”며 “이식을 바랄 경우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인용해 “2020년 일본의 장기 이식 수술 건수는 100만명당 17.7건으로 세계 42위”라며 “1위인 미국(120.5건), 2위 스페인(94.7건), 3위 한국(81.5건)과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장기 기증 건수 또한 아주 적다. 특히 6세 미만 아동의 장기 기증은 2019년 6건이고 2020년과 2021년, 올해(10월 기준)는 각각 3건에 불과했다. 장기 기증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도 높지 않아 지난해 내각부(內閣府)의 18세 이상 3000명 대상 조사에서 기증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지나지 않았다.

신문은 “25년 전 뇌사자의 장기 이식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제정되는 등 장기 이식 관련 제도를 정비해 왔지만 기증자 부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인 환자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신장 수술을 받으며 장기를 매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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