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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상 초유 업무개시명령 발동… 화물연대 “계엄령” 반발

입력 : 2022-11-30 06:00:00 수정 : 2022-11-30 09: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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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상초유 강경대응 배경은

지난 6월 1차 파업 ‘미온대처’ 판단
이번 계기로 ‘재발방지’ 확고한 의지
尹 국무회의서 “법치 세울 것” 강조

전국 16개 지역서 삭발투쟁 이어가
민노총, ILO·유엔에 ‘긴급개입’ 요청

정부가 29일 사상 처음 화물연대 소속 시멘트업종 운송거부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는 노조 요구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첫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과 대상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미온적 대처로 인해 결국 화물연대가 2차 파업에 나서며 산업계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무관용 원칙’과 강경 대응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 내 기류가 강하다. 노정관계가 ‘강대강’ 국면으로 악화하면서 30일 정부와 화물연대 2차 대화도 결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쟁일변도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간부들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의왕=허정호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며 “노사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을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주의가 확립된다”며 불법파업 무관용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6월 첫 파업 당시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노조 달래기에 급급했던 결과, 습관적으로 파업에 나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선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노사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서 풀어나가지 않고 그때그때 타협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이 또 다른 파업과 불법행위로 나타날 수 있다”며 “노사 법치주의 원칙을 명확하게 세워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노사문화를 하나의 리스크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일몰제 폐지 대신 ‘3년 연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앞두고 지난 24일 2차 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전국 16개 지역 거점에서 삭발투쟁을 진행했다. 화물연대는 성명서에서 “(화물노동자들이) 하루 14시간 이상씩 운전하며 버는 돈은 많이 잡아야 300만원인데, 정부는 이 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 프레임을 꺼냈다”며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전날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기구에 ‘긴급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내고 “2000년, 2014년, 2020년 있었던 세 차례의 ‘집단 의료거부행위’에 대해 당시 정부는 국민 건강과 보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전례가 있다”며 “(과거) 정부가 국민 보호를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전례들이 있음에도 (화물연대 측이)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부산본부세관의 수출신고가 3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부산본부세관이 접수한 수출신고가 일평균 2646건으로, 올해 1∼10월 일평균 수출신고 건수(4074건) 대비 35.1% 감소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경기도 의왕시 한 시멘트 출고장에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멈춰 서 있다. 뉴시스

◆與 “불법종식 명령” vs 野 “반헌법적 결정”

 

정부가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을 두고 여야는 극명히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불법 종식 명령”이라며 당연한 조치라고 환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반헌법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당정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건설현장 위기상황 점검 긴급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건설현장 위기상황 점검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후 브리핑에서 “화물연대는 민생과 국민 경제를 볼모 삼아 산업기반의 핏줄인 물류를 중단시켰다”면서 “불법파업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의 고통·불안을 방치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넘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과잉 대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과잉 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 역시 “파업의 원인 제공자는 화물연대가 아닌 정부”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지난 6월 노동자들에게 2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답을 내놔야지, 난데없는 엄벌 타령에 업무개시명령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따졌다.


이현미·이희진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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