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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암 환자, 오후에 항암치료 받으면 효과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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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5 12:03:06 수정 : 2022-12-15 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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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KAIST·서울대 연구팀, 수학 모델로 림프종 환자의 최적 항암치료 시간 규명
“오후 치료 시 오전 치료 환자보다 사망률 12.5배↓…무진행 생존 기간 2.8배↑”
“여성의 골수기능, 24시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반복…오전엔 부작용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암 환자가 오후에 항암치료를 받으면 오전에 받은 환자보다 5년 뒤 사망할 확률이 12.5배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지기 때문에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항암치료를 받으면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그룹장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오후에 치료할 경우 예후가 더 좋아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 증식과 분화를 포함한 인간의 생리학적 현상은 뇌에 위치한 ‘생체 시계’에 의해 24시간 주기로 조절된다. 이 생체 시계로 인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의 효능과 부작용도 투약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약리효과가 가장 좋은 특정 시간에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시간 항암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적 치료 시간을 찾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이 없어 아직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널리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오전 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중 시간을 선택해 치료 중인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약 3주 간격으로 표적치료제와 항암 화학요법을 결합한 암 치료(R-CHOP)를 4∼6회 받았다. 

 

관측 결과, 오후에 주로 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 그룹에서는 60개월 이후 13%의 환자만이 병이 악화했고, 2%의 환자들이 숨졌다. 반면, 오전에 주로 치료를 받은 그룹에선 37%의 환자들이 병이 악화하고 25%의 환자들이 사망했다.

 

즉, 오전보다 오후에 치료받은 환자들의 5년 뒤 사망률이 12.5배 낮은 것이다. 

 

또한 질병이 악화하지 않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 기간은 오전보다 오후에 치료를 받은 여성 환자가 2.8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치료를 주로 받은 여성 환자들에게서는 백혈구 감소증과 같은 항암치료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

 

남성 환자의 경우 시간에 따른 치료 효율 차이가 없었다.

 

림프종 환자들을 위한 시간항암요법 개발.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진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수집된 1만4000여 명의 혈액 표본을 분석했는데, 정상 여성은 백혈구 수가 오전에 감소하고 오후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가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는 반면, 남성은 하루 중 백혈구 수 및 골수세포 확산 속도 변화가 크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치료 효과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영일 교수는 “혼재 변수를 완벽히 통제한 대규모 후속 연구를 통해 이번 연구의 결론을 재차 검증하고, 다른 암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연구가 시간 항암요법의 국내 의료 현장 도입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재경 그룹장은 “개인의 수면 패턴에 따라 생체시계의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수면 패턴으로부터 생체시계의 시간을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시간 항암요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인 '임상연구저널(JCI) 인사이트'에 지난 13일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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