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 재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가 약 4개월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8448명 늘어 누적 2천865만955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검사 건수 감소 영향으로 전날(6만6211명)보다 7763명 줄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는 64명으로, 전날(66명)보다 2명 줄었다. 국내 지역감염 사례는 5만8384명이다.
위중증 환자는 600명 가까이로 늘었다.
이날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592명으로, 전날(534명)보다 58명 많다. 지난 8월 29일(597명) 이후 4개월 가까이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겨울철 재유행 본격화 이후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 18일 이후 8일 연속 5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4일 오후 5시 기준 36.9%다.
전날 사망자는 46명으로 직전일(70명)보다 24명 적다. 누적 사망자 수는 3만1790명, 치명률은 0.11%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확진자 격리 의무까지 7일에서 3일로 줄이자고 제기하고 나서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시기를 결정할 때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기준을 발표했다.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 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 4가지 지표 중 2가지 이상의 지표를 충족하면 1단계로 부분 해제하고, 유행이 더 안정되면 전면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부분 해제를 할 때에도 의료기관이나 약국, 요양원 등 감염취약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된다.
방역 당국은 4가지 기준에 대한 참고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유행 정점 이후 주간 확진자 2주 이상 감소 △위중증 전주 대비 감소 및 치명률 0.1% 이하 △중환자 병상 가용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층 50%·감염취약시설 60%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정부와 방역 당국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논의를 거쳐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지 않았을 때, 부분 해제했을 때, 전면 해제했을 때 시나리오별 유행 규모에 대한 전망치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하는 대신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시에도 최대 11만명 내에서 발생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동절기 실내활동 증가, 면역수준 변화, 신규 바이러스의 출현 및 점유율 변화에 따라 유행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 의무를 완화할 때 위험 대비 이득을 따진 근거가 명백해야 하는데 정식 근거가 빈약하다”며 “마스크를 해제했을 때 어느 정도 유행이 증가할 것인지 구체적인 예측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떠밀려 실내 마스크 논의를 시작하게 된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전시장과 여당 등 정치권이 정부에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라며 “방역 컨트롤타워로 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한 것 자체가 정치방역”이라고 지적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여론에 따라 근거 없이 결정하는 게 정치방역 아니냐”고 일갈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1월 21~24일 설 연휴 이후는 마스크 의무를 '권고'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익명의 감염병 전문가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설 연휴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 아무래도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설 연휴 직전에 무리해서 마스크 의무를 완화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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